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09.24 13:26

낮춘 배율·한도도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아…업계 "정부 개입 명분 키워"

빗썸 강남라운지에서 고객들이 국민은행 계좌와 빗썸 계좌 연동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빗썸 강남라운지에서 고객들이 국민은행 계좌와 빗썸 계좌 연동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금융당국과 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제 출범에도 빗썸이 코인대여 영업을 강행하다 '경고'를 받았다. 이번 조치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사례로, 업계에서는 정부 개입 명분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가상자산 업권에 따르면 닥사는 빗썸의 코인대여 서비스가 "가상자산사업자 신용공여 업무 가이드라인의 대여 범위와 한도 규정을 위반했다"며 경고 제재를 통보했다.

빗썸은 지난 7월 9일 담보자산의 최대 4배까지 빌려주는 코인대여 서비스를 출시하며 '국내 최초' 타이틀을 내세웠다. 최대 10억원까지의 대여와 원화 담보도 허용됐다. 운영은 제휴사 블록투리얼이 맡았다. 빗썸은 상승장·하락장 모두에서 수익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며 자동 상환,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췄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이후다. 금융위는 7월 '가상자산 대여서비스 가이드라인 킥오프 회의'에서 레버리지 금지와 대여 한도 제한 등을 논의했고, 8월에는 "가이드라인 시행 전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럼에도 빗썸은 배율을 4배에서 2배로, 개인 한도를 10억에서 2억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갔다. 다만 이 같은 조정 역시 가이드라인 핵심 내용과는 맞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은 ▲레버리지 금지(담보가치 초과 대여 불가) ▲금전성 대여 금지(원화 대여 불가) ▲제3자 간접 운영 금지(사업자가 고유재산으로 직접 운영) ▲개인 한도 3000만~7000만원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빗썸 관계자는 "행정지도 권고안과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도를 10억에서 4억, 다시 2억으로 줄이며 청산률을 완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 시행되는 자율규제에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업계 시선은 냉랭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가이드라인을 지키거나 아예 서비스를 접었는데, 빗썸은 덩치를 믿고 무시했다"며 "닥사는 법적 강제력이 없고 최대 징계도 일정 기간 의결권 박탈 수준이라 대형 거래소에는 실효성이 약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런 행태는 업계 전체로 불똥이 튈 수 있다"며 "시장 내에서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지면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금융감독 조직이 개편되는 시기라 권한이 새 조직으로 넘어가면 업권에 대한 첫 인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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