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06 17:00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세계적인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올해 한국산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1년 만에 신기록을 다시 쓸 기세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K-푸드 수출액은 역대 가장 빠른 시기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넘어섰다. 이전에 가장 빨랐던 시기는 지난해 10월이다.
K-푸드를 가장 많이 실어나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수출액은 17억24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5.3% 증가했다. 이어 유럽이 7억7200만달러로 15.8% 증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6개국을 일컫는 걸프협력회의도 9.6% 증가한 2억9600만달러를 기록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라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 품목에 오를 전망이다. 11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수출이 늘었다. 이어 김이 8억7700만달러로 14.1%, 고추장 등의 소스류가 3억1500만달러로 9.2%, 김치가 1억2500만달러로 3.2% 각각 증가했다. 포도는 무려 45.2% 폭증한 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K-푸드 수출이 장밋빛 미래만 깔린 것은 아니다. 8월 농수산식품 대미 수출액은 1억5575만달러로 전년 동월 1억5566만달러보다 0.1% 증가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7월 1억6534만달러와 비교하면 5.9% 감소이자 두 달 연속 뒷걸음질이다. 하락세의 주된 요인은 8월부터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악몽' 때문이다.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인 라면과 소스류, 과자류 모두 7~8월에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 주요 식품업체는 대미 리스크 상쇄 방안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CJ제일제당과 농심, 풀무원 등 일부 기업은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충격을 낮추는 중이다. 반면, 현지 생산시설이 없는 대다수 업체는 관세를 자체 부담하거나 가격 인상에 나서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마저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목할 점은 유럽이 미국을 대처할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4일부터 8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 2025'에 국내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참여한 것도 대미 관세 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은 주빈국 자격으로 참가해 K-푸드 홍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분식'을 주제로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신라면 툼바 등의 시식 행사를 진행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신제품인 '신라면 김치볶음면'도 공개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두부와 아시안 면류, 주먹밥, 떡볶이, 김밥 등 K-간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효율 풀무원 의장과 이우봉 대표도 참석하며 현지 분위기를 살피고 연내 유럽법인 설립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동원그룹은 주력 제품인 동원참치와 '양반' 브랜드를 통한 떡볶이·김·김치·즉석밥 등의 K-푸드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한국 음식 특유의 독창성과 건강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다. 아누가에 처음 참가하는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 확대에 주력한다. 전시 부스 콘셉트를 '불닭 스파이시 클럽'으로 꾸몄고 김정수 부회장이 박람회 현장을 찾는다.
또한 유럽에서 '종가' 김치로 브랜딩화에 성공한 대상은 미슐랭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가 현장에 참여해 종가 김치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빙그레는 유럽시장에 처음으로 식물성 붕어싸만코를 출시하며,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와 무가당 브랜드 '제로' 홍보에 주력한다. 롯데칠성음료도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밀키스'를 통해 K-드링크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샘표는 콩 발효 소스 '연두'가 아누가 혁신 제품으로 선정돼 K-소스를 발판삼아 홍보에 나선다. 연두와 함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간장제품과 고추장, 등을 전시한다.
팔도는 K-푸드 주빈국관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꾸린다. 대표 제품인 '팔도비빔면'을 집중 홍보하며 유럽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다양한 제품을 시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고 e스포츠 스타 페이커가 출연한 홍보 영상도 마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미 관세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식품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간선거(내년 11월 실시)까지 버틸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K-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유럽과 동남아에 마케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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