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11.13 11:27

대신증권, 차기 대표에 진승욱 부사장 내정… 오익근 사장 '용퇴'
KB·하나증권, 내달 임기 만료…호실적 속 '내부통제' 리스크 변수

이홍구·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제공=각 사)
이홍구·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업계 대표(CEO) 인사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장을 시현하며 실적 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지만, 내부통제와 인사이동 등이 연임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을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KB증권의 이홍구·김성현 각자대표와 하나증권의 강성묵 대표다. 더 길게 보면 내년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메리츠증권 장원재, 미래에셋증권 김미섭·허선호, NH투자증권 윤병운 대표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연말을 앞두고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전날 대신증권을 2019년부터 이끌어온 오익근 대표가 용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6년 만에 자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증권가 인사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업계에서는 이를 신호탄으로 연말 CEO 인사 구도가 급속히 달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대형사의 경우 올해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를 받은 만큼 경영의 연속성과 사업 추진력 측면에서 현 경영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다. 

먼저 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는 '한국형 IMA'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에 맞춰 투자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을 동시에 성장시킨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순익이 1조6761억원에 달해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연간 순이익 '2조 클럽'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허선호 투톱 체제 역시 3분기까지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마련했다. 앞서 두 대표는 지난달 24일 진행된 그룹 인사에서도 직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단 평가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윤병운 대표도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가 변수로 지목된다. 최근 한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등으로 주가조작에 대한 금융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윤 대표가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재발 방지 체계를 구축하느냐가 연임 판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사고 발생 뒤 강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담 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 윤 대표를 TFT장으로 임명했다. 아울러 모든 임원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 사고 재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박성민 기자·각 사 제공)
내년 3월에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박성민 기자·각 사 제공)

하나증권의 강성묵 대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기대감과 맞물려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나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 내 비은행 부문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강 대표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단 점에서 향후 지주 내 어떤 역할을 맡게 될 지가 변수로 꼽힌다. 

KB증권은 이홍구·김성현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WM(자산관리)과 IB 부문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며, 그룹 차원에서도 연임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의 장원재 대표는 그룹 차원의 자본시장 전략 실행력을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향후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S&T(Sales & Trading)와 리테일을 맡고 있는 장 대표는 투자 브랜드 '슈퍼365'를 전면 정비하고,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단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룹 내 후속 리더십 교체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IBK투자증권의 서정학 대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서 대표는 최근 기업은행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면서 향후 인사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질 증권사 CEO 인사가 각 사의 전략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증권업계가 '종투사(3조원)→초대형 IB(4조원)→IMA(8조원)'으로 이어지는 종합금융 플랫폼 경쟁에 돌입한 만큼, 단순한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단 분석에서다.

결국 실적·사업 확장성·내부통제라는 세 가지 기준이 이번 인사 시즌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순이익 증가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비즈니스 다각화 성과 등은 연임에 긍정적인 요소지만, 내부통제나 평판 리스크가 드러난 경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인사 전략과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CEO의 연임 여부는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특히 내년 3월 이후에는 각 사의 차세대 경영체제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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