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3.14 00:05

재생에너지·LNG 위주로 전력 충당하려면 1005조 들어…소형 모듈 원전 기술 개발 역량 집중해야

(사진제공=환경부)
(사진제공=환경부)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산림 등을 통해 흡수하거나 기술을 통해 제거해 실질적인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기체 가운데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기체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화석에너지를 통한 발전을 줄이고 무공해 에너지에 투자해야한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위험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2016년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파리협정이 발효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LEDS)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탄소중립기본법'을 추진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다.

앞서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국가비전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 심의·의결했다. 더구나 2030 NDC를 2018년 대비 40%로 수정하면서 탄소중립 시간표를 더욱 앞당겼다. 

이제부터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정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곧 출범하는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턴을 넘겨받아 방향키를 잡게 된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를 막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안보와도 직결된다. 그만큼 새 정부의 실천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LNG만으론 석탄발전 중단 부족분 감당 불가…투자비용만 1005조 

지난해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 있는 배출량을 산림 등 흡수원과 탄소포집 및 저장(CCUS) 등 기술을 통해 흡수·제거해, 최종 순배출량을 영(0)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총 2개 안이 마련됐다.

시나리오의 핵심인 에너지 전환은 ▲첫 번째 안(A)에서 화력발전 전면 중단 및 재생에너지 비중 70.8% 확대를 ▲두 번째 안(B)에서 석탄발전 중단·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일부 유지 및 재생에너지 비중 60.9% 확대를 제시했다.

원전 비중은 현재 25% 안팎에서 6.1~7.1%으로 축소한다. 수송 부문은 ▲A안이 전기수소차 보급 97% 이상 확대 ▲B안이 전기수소차 보급 85% 이상 확대 및 내연기관차 일부 잔존을 내용으로 한다.

산업 부문의 경우 2개 안 공통으로 철강공정의 수소환원제철 방식 도입, 시멘트·석유·화학·정유과정에 투입되는 화석 연·원료의 재생 연·원료 전환 등을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은 오는 25일 발효,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목표에 대한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탄소중립에 있어 화석연료 퇴출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안은 주로 재생에너지로 이를 감당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전체 전력생산의 6.6%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 2050년까지 60% 이상으로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게 가깝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국토 면적이 좁은 특성과 날씨의 영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LNG 역시 불안전성이 크다. LNG는 전체 발전단가가 높은데다 발전원가의 75%를 차지하는 연료비가 국제 정세에 따라 요동치는 일이 많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고조로 지난달 아시아 LNG 현물구매가격이 하루 만에 약 23%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LNG를 100% 수입하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연료 수급 불안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을 바탕으로 국내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가 에너지경제연구원 좌담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한 총 투자 비용은 각각 A안이 1005조원, B안이 887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결국 일반 전력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나리오에서 거론된 신기술에 대해서도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탄소 흡수 및 제거를 위한 CCUS, 수송 및 산업 부문의 밑바탕이 되는 수소 등에 대한 기술 개발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수준이다.

특히 대표적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산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개발 초기 단계인 기술로 상용화 가능성을 확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부담도 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가 자사에 대한 수소환원제철 도입 관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총 5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리 원전 3·4호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원전 3·4호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전문가 "탄소중립 속도조절 필요…'원전'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

이 가운데 2050 탄소중립의 징검다리 겪인 2030 NDC는 글로벌 최고 수준인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내세우고 있어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고려가 부족한데다가 목표 자체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 세계 탄소배출량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것은 1.5% 수준으로 이처럼 과도한 목표를 제시할 이유가 없고, 또 이를 위해 도가 넘은 낭비를 하다 보면 오히려 국제사회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해야 되고 또 할 수 있는 만큼만의 목표를 제시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고, 그 현실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안은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원전은 발전 단가는 재생에너지의 절반 수준인데 비해 탄소배출량은 비슷해 경제성이 높은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꼽힌다. 또한 아직까지 투자 및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재생에너지·수소 등 신기술 대신 지금 당장 활용가능한 유용한 기술이기도 하다. 

원전에 대한 글로벌 시각도 긍정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이른바 녹색분류체계인 'EU 텍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으며, 이에 따라 원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행위로 인정하는 정책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원전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국회의장과 부총리, 장관 등을 지낸 과학기술계 원로 및 전·현직 대학 총장, 국책연구기관장 등을 지낸 과학원로 200명이 뜻을 모아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원로들은 "원자력 이용 축소를 전제로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는 것은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소형 모듈 원전을 포함해) 선택 가능한 모든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역량을 결집하고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 수립과 과감한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인이 그간 '원전 최강국 건설'을 앞세우며 건설이 중단된 원전을 다시 지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K-원전 발전 공약'을 주장해온 만큼 향후 2050 탄소중립 방안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신념이 아닌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현 가능한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 달성방안을 수립 및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후위기가 성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탄소중립이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은 틀림없다. 이젠 어떤 속도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두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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