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7.17 13:0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KB라이프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주도의 '자율협약' 위력에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GA 업계가 KB라이프생명 상품 불매운동을 예고해서다.
1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GA 업계는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형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가 최근 메트라이프생명 소속 설계사와 지점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자율협약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자율협약은 설계사를 영입할 때 대규모 출혈 경쟁, 정착지원금과 같은 스카우트 비용 과도 지급 등을 없애 자정화를 이루자는 게 골자다.
이런 판단으로 일부 GA들은 회의를 열어 KB라이프생명 상품에 대한 '시장 제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제한 조치는 GA 차원에서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행위다.
이 조치가 내려지면 상품 판매를 위한 교육이 금지되고, 설계 매니저 지원을 거부하거나 시책 지원을 연기하는 등 사실상 상품 불매운동에 가까운 효과가 발생한다.
GA들은 KB라이프파트너스에 시장 제한 조치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자율협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는 KB라이프파트너스가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타 GA로부터 설계사 영입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이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31명이다.
실제로 KB라이프파트너스의 원수사인 KB라이프생명은 올해 4월까지 GA를 통해 265억원의 초회보험료를 벌었다. 이는 전속 설계사가 벌어들인 금액 6억원보다 40배 이상 많은 액수인데 그만큼 GA 채널 의존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KB라이프생명이 직접 발 벗고 GA 업계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GA 업계가 당사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예고한 상황이며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도 "GA 업계 발전을 위해 자율협약 참여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대한 GA 업계 시장 제한 조치가 추진된 바 있다. 이후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자율협약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지난달 17일에는 자율협약에 참여한 GA들이 모여 미참여 GA를 대상으로 한 공동대응안을 마련했다. 미참여 GA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할 경우 제재를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자율협약 참여 GA 간 부당행위는 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지만 미참여 GA에 대해서는 협회 손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자율협약 참여 GA들이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한 셈이다.
이처럼 GA 업계가 자율협약 참여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우선 GA 영향력이 보험 업계 내에서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에 있다.
대형 GA(설계사 수 500인 이상)의 설계사 수는 2022년 17만8766명에서 지난해 19만8517명으로 1만9751명(11.0%)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 GA의 수는 63개에서 70개로 7개사(11.1%) 증가했다.
수입보험료 중 보험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54.8%에 달했으며 생명·손해보험 신계약 건수는 작년 기준 1631만건으로 전년 1370만건 대비 261만건(19.05%) 증가했다.
무엇보다 GA 업계는 GA 영향력이 이와 같이 점차 커질수록 그에 걸맞는 질서와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에 큰 뜻을 모았다.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협회장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GA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보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행하는 역할 대비 낮은 위상과 나쁜 평판"이라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자율협약 제도화 ▲기업평가 본격화 ▲준법경영비 제도 신설 ▲보험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위한 입법 기반 및 여론 조성 등을 제시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GA 자율협약이 지난해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만 해도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한화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삼성화재금융서비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등도 참여한 명실상부 GA 업계의 새로운 뼈대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판분리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등 많은 시선이 GA 업계를 향하고 있다"며 "자율협약으로 인한 자정화 성공 여부가 GA 업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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