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7.10 14:00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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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최근 교보생명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 인가를 받았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07년 금전신탁 영역에 뛰어든 데 이어 재산신탁 영역 진출에까지 성공하면서 종합재산신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올 하반기에는 관련 법률 개정에 맞춰 보험금청구권신탁에까지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이번에 종합재산신탁 인가를 획득하면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 모두 종합재산신탁 서비스에 참전하게 됐다.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도 관련 사업을 착실히 준비 중이다.

크게 신탁은 재산권 종류에 따라 금전신탁, 재산신탁, 종합재산신탁으로 구분된다. 

금전신탁은 돈을 회사에 맡긴 뒤 운용 후 해지할 때 원본과 수익을 금전의 형태로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신탁을 뜻한다.

재산신탁은 돈 이외의 재산으로 수탁하고 운용해 그대로 되돌려주는 서비스다. 운용 대상에 따라 유가증권신탁, 금전채권신탁, 부동산신탁, 동산신탁 등으로 분류한다.

종합재산신탁은 하나의 계약으로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특수재산 등 여러 유형의 재산을 함께 수탁해 통합 관리 및 운영하는 서비스다. 여기에는 ▲유언대용신탁 ▲증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이 있다.

◆고령화 따른 치매 환자 100만명…상속재산 규모는 '190조' 육박

이처럼 생보사들이 종합재산신탁에 뛰어드는 현상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 증가와 동시에 증여나 상속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다.

만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와 치매 유병률은 2022년 기준으로 각각 93만5000명, 10.4%를 기록했다. 이는 2050년에 300만명, 16.6%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속 및 증여 재산 규모는 2022년 기준 188조4214억원으로 19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2017년 90조4496억원보다 2.1배 많은 액수다. 

이는 종합재산신탁 중 유언대용신탁이 눈에 띄는 이유다. 한화생명은 유언대용신탁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흥국생명은 유언대용신탁 상품 론칭을 내년으로 잡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관리하고 사망한 뒤엔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계약이다. 일반적인 신탁과 달리 수익자와 사후수익자를 언제든지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종신보험과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생보사 입장에서 유언대용신탁고가 커질수록 영업에 유리하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종신보험 계약자는 보험료라는 금전만 보험사에 맡길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계약자는 금전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부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재산을 금융사에 맡길 수 있다. 

계약자(위탁자)가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을 맡겼다면 사후수익자는 위탁자 사망 시 신탁재산인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을 받게 되는데 이때 상속세 등 세금과 각종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후수익자는 이 경우 위탁자가 생전에 가입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으로 상속세 등 세금과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신탁업 영업 현황 분석'에 따르면 46개 겸영 신탁사(은행·증권·보험)의 수탁고는 90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831조9000억원보다 76조7000억원(9.2%) 많은 액수다.

이중 은행은 632조원으로 2022년 대비 90조2000억원(16.7%), 보험사는 23조8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20.7%) 증가했다. 

◆日 유언대용신탁, 작년에만 19만건…"적절한 신탁으로 노후설계"

우리보다 인구 고령화에 먼저 접어든 일본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집행 건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본신탁협회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집행 건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약 19만건을 기록했다. 집행 건수는 2002년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해가 지날 때마다 최소 3%에서 최대 11%씩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4년 신탁업법을 개정한 후 수탁가능재산의 제한을 없애고 미국 등과 같이 포괄주의 방식으로 수탁 범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일본 신탁 시장의 수탁고는 2010 회계연도 767조3000억엔(약 6590조원)에서 2019 회계연도 1263조1000억엔(약 1경851조원)으로 10년 만에 1.5배가량 커졌다. 

특히 수탁재산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포괄신탁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 포괄신탁은 금전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을 하나의 상품으로 설정하는 신탁으로 일본 신탁 시장 수탁고의 약 53.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후견제도지원신탁, 가입자 사망 후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생명보험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신탁 시장의 수탁고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일본보다 5500조원가량 적은 96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에서 금전신탁은 483조9000억원(49.95%), 재산신탁은 484조5000억원(50.01%)으로 양분돼 있다. 일본의 포괄신탁에 해당하는 종합재산신탁은 4000억원으로 비중이 0.04%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은행업권 유언대용신탁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해 총상속 재산가액과 비교해도 3.54% 규모에 불과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치매 인구 수의 급속한 증가, 핵가족화 등에 따른 고령자의 치매 및 장기간병 문제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며 "가구 의존적 형태의 대응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성년자나 후견인에게 적절한 방식의 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노후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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