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7.03 11:11
6개월 만에 CEO 간담회…공매도·PF 등 현안 다뤄
업계 "금투세, 내년 시행 어려워…원점서 논의 필요"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CEO(대표)들을 향해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의 영업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는 단순히 그룹화에 머물러선 안 되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페이스 메이커'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권업계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16개 증권사(미래·NH·한투·삼성·KB·신한·메리츠·하나·키움·대신·교보·한화·카카오·토스·제이피모간·UBS)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과 증권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먼저 이 원장은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실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증권업계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
이 원장은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에 환호하며 국내에는 이런 혁신기업이 왜 나올 수 없냐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 AI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공급자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등 제도개선안이 원활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증권업계의 선제적인 PF 리스크 관리도 주문했다.
그는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평가된 경우 충분한 충당금 설정 등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리스크를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금융투자소득세, 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이념이나 정파간 소모적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사 대표들은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세부적 징수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관련 시스템 보완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때문에 내년 금투세를 즉각 시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며 보완 후 시행 시기를 결정하되,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또한 금투세를 도입하면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가 있고, 기관 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이 곤란하며,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