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7.31 13:00
4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 수 현황. (표=백종훈 기자)
4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 수 현황. (표=백종훈 기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상품 제판분리가 활성화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지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GA 업계 4강 체제가 확고해지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수 기준 GA 업계 1위인 한화금융서비스는 올 6월에 업계 최초로 500억원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또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기업신용 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업계 2위와 3위, 4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지에이코리아와 인카금융서비스, 글로벌금융판매도 보험설계사 수와 회사 내실을 키우며 약진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GA 업계로 쏠리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여 곳의 GA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현안을 청취하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수시 검사를 예고했다. 작년 11월에는 GA 영업환경 변화 대응 등을 골자로 보험 조직을 선제적으로 개편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산업 재도약과 혁신을 목표로 내건 '보험개혁회의'를 올해 5월에 출범했다. 이 회의를 통해 GA 등 보험상품 판매채널 불완전판매 개선 방안, 과당 경쟁 방지책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GA Top4 소속 설계사만 6만명 넘어…신계약 비중은 전체 7%

지난해 12월 말 보험설계사 수 기준으로 GA Top4는 한화금융서비스, 지에이코리아, 인카금융서비스, 글로벌금융판매 순이다.

한화금융서비스는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로 한화생명에서 '제판분리'를 통해 2021년 4월 출범했다. 설계사 수는 2021년 12월 1만7743명에서 2022년 12월 1만9131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에는 2만2609명으로 2만명대를 돌파했다. 

작년에는 6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출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138억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를 냈다. 신계약 건수는 2021년 57만6552건, 2022년 80만499건, 2023년 93만7660건으로 증가세다.

한화생명 출신이 설립한 지에이코리아는 2009년 9월에 GA 업계에 뛰어들었다. 설계사 수는 2021년 12월 1만3842명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 1만4137명, 2023년 12월 1만4708명을 찍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생명·손해보험 합산 매출 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 170억원보다 54.1% 많은 액수다. 신계약 건수는 2021년 112만5353건, 2022년 114만6571건, 2023년 133만3289건으로 100만건 위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인카금융서비스는 2007년 12월에 법인보험대리점 업무를 시작했다. 설계사 수는 2021년 12월 1만1119명, 2022년 12월 1만2228명, 2023년 12월 1만4516명으로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70% 오른 2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5월에는 상장 2년 만에 시가총액 3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신계약 건수는 2021년 74만9968건, 2022년 89만6777건, 2023년 108만5083건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글로벌금융판매는 2009년 9월에 GA 첫 삽을 떴다. 설계사 수는 2021년 12월 1만1971명, 2022년 12월 1만2072명, 2023년 12월 1만2235명으로 1만명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계약 건수는 2021년 107만5738건, 2022년 107만6627건, 2023년 117만8435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GA 업계 관계자는 "최소 1만명 이상의 보험설계사를 각각 보유한 GA Top4의 지난해 말 신계약은 113만건 수준"이라며 "이는 GA 전체 신계약 중 7%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에 속한 보험설계사 수만 해도 6만명이 넘는다"면서 "제판분리가 가속화할수록 시장 영향력은 규모의 경제를 키운 이런 대형 GA를 중심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대형 GA 준법감시인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보험대리점협회)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대형 GA 준법감시인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보험대리점협회)

◆규모의 경제 더 키우는 대형 GA…시장 전체 설계사 인력 83.9% 차지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수 500인 이상이 속한 대형 GA는 2022년 63곳에서 지난해 70곳으로 7개사(11.1%) 증가했다.

대형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는 같은 기간 동안 17만8766명에서 19만8517명으로 1만9751명(11.0%) 늘었다. 이들의 신계약 건수는 1370만건에서 1631만건으로 261만건(19.05%) 많아졌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대형 GA 증가 및 이에 따른 보험설계사 유입 등으로 작년에 GA 업계의 외형적 성장을 일궜다"며 "이제 GA 업계는 주요 보험판매 채널로 자리매김 중이며 향후 보험판매 전문회사까지 시장에 나올 경우 질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를 이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놓고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GA 시장이 과점 형태의 불완전경쟁 구조로 점차 심화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GA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 수는 많으나 일부 규모가 큰 기업에 보험설계사 인력이 집중되고 여타 기업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독과점적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 시장참여자는 2005년 3005곳에서 2021년 4444곳으로 1000곳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소속 보험설계사 100인 이상인 중대형 GA는 44곳에서 178곳으로 130여 곳이 늘었다.

그런데 130여 곳에 불과한 중대형 GA에 속한 보험설계사 인력은 2021년 기준 20여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GA 시장 전체 보험설계사 인력의 83.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 GA를 제외한 대형 GA의 매출액 대비 보험판매수입수수료 비중은 2020년 기준 90%를 웃돈다. 쉽게 말해 시장이 중대형 GA 쪽으로 강하게 쏠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중대형 GA 쏠림현상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GA의 경우 여전히 판매 인력 중심의 차별성 없는 사업모형을 갖고 있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GA 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GA들이 영업조직 운영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형화·집중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인슈어테크 기반 재무설계회사인 '아이에프에이(iFA)'와 대형 GA에 속하는 '에인스금융서비스'가 최근 합병을 선언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GA 채널의 도입 취지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선별 및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함"이라면서도 "상품 판매자들의 수수료 편향 문제가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보험상품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시하고, 판매자들의 보험상품 권유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