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8.30 13:0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 보험금을 제때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진다. 동시에 보험계약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보험금을 온전히 받을 권리를 갖는다. 

이런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존재하는 게 바로 '손해사정사'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보험약관 및 관련 법규에 근거해 지급 책임 및 범위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손해를 평가하고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련의 업무로 규정된다.

◆이달부터 보험업법 개정안 시행…손해사정 '공정성·객관성' UP

30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사정 업무를 각각 곁에 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분쟁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깎아야 하고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올려야 하는 각자의 요인이 상충되서다.

원칙상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나 보험계약자 어느 일방에 유리하게 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되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가 손해사정사와 결탁해 보험계약자에 불리한 처우를 한 사례가 생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 등과 짜고 보험사기를 저지를 경우 적발이 어려운 현실도 문제 활성화에 한몫했다.

보험 분쟁 처리 건수는 지난해 기준 3만5000건에 육박했다. 이 중에서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분쟁이 2만건을 넘기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의 분쟁조정 건수는 1만838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6% 증가했다. 5대 손보사의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전체의79%를 차지한다.

회사별로는 DB손보의 분쟁조정건수가 13% 증가한 235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현대해상 13% 증가한 2346건, 메리츠화재 16% 증가한 1974건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와 KB손보는 각각 0.3%, 11% 줄었다.

생명보험사는 전체 분쟁조정건수 가운데 3개 대형사가 51%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은 32% 줄어든 440건을 기록했고, 한화생명도 15% 감소한 450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인 교보생명은 6% 증가한 355건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손해사정 업무 개선'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7일부로 시행됐다.

금융당국이 3년 전 손해사정의 공정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데 따른 결과다.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은 올해 1월에 국회 문턱을 넘은 바 있다.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손해사정사가 보험사, 보험계약자 중 일방에 유리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손해사정 업무를 지연하거나 충분한 조사 없이 보험금을 산정한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반대로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로 하여금 보험금 산정을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하게 강요했다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자회사로 둔 손해사정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우대한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험사 셀프 손해사정 방지 차원에서 자회사로 둔 손해사정사에 관련 업무의 50% 이상을 맡기면 선정 기준과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 확대 전망…"소비자 보호 위한 조치도 필요"

손해사정사는 크게 고용손해사정사,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손해사정사로 나뉜다.

고용손해사정사는 보험사에 고용돼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하며 독립손해사정사는 보험사와 별개로 손해사정 업무를 영위한다. 선임손해사정사는 독립손해사정사 중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받는 곳을 뜻한다.

손해사정사 선임은 보험사의 본질적 업무다. 상법 등에 따라 보험계약자가 원할 경우에는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다. 이처럼 손해사정사 선임이 주로 보험사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그동안 손해사정은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한 절차로 의심받기 일쑤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 손해사정 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과 삭감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중립적이고 전문성 높은 전문의로 구성된 별도의 의료자문단을 구성하고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무에서 독립손해사정사는 보험계약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를 의미한다. 

때문에 업계는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 확대로 보험사와 보험계약자로 점철되는 손해사정 업무가 균형점에 더욱더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시장에서는,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를 두는 시장과 달리 거래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므로 손해사정사 일방에게 유리한 계약이 체결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보험계약자가 선임하는 손해사정사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선임하는 손해사정사보다 엄격한 영업행위 규제와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르게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선임 주체별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손해사정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거래 단계별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에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손해사정사 공시를 확대 및 의무화하고 이를 미이행할 경우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계약자와 손해사정사 간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규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손해사정사 영업행위 기준 구체화 및 제재, 공시의무 강화를 비롯해 수수료 규정, 이해 상충 금지, 보수교육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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