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21 15:38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한화그룹의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리더십 위기에 처했다. 유통사업 핵심인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 부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이 대형 쇼핑몰 출점과 대규모 리뉴얼에 나서고 있지만, 한화갤러리아는 이렇다 할 투자가 없어 경쟁력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한 6개 계열사 비등기 임원을 겸임한 '문어발 직책'에 발목이 잡힌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이자, 전분기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고려하면 두 분기 연속 적자다.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유통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올해 1~3분기 리조트부문에서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 179억원보다 69.8% 감소했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전면에 나선 시점부터 실적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은 4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 줄었고, 영업이익은 73.7% 폭락한 98억원이다. 올해는 영업이익마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99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 예상된다.
한화갤러리아의 어려움은 국내 백화점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국내 백화점 매출 8위에 올랐던 갤러리아 명품관은 올해 상반기 12위까지 추락했다. 경쟁사마다 실적 상승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한화갤러리아의 실적 침체가 단순한 부침이 아님을 방증한다.
더욱이 경쟁사들은 대형 쇼핑몰 준공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지만, 한화갤러리아는 이렇다 할 가시적인 투자 움직임이 없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은 저마다 미래형 점포 선점을 기치로 수천억원대의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한 대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원’을 선보이고 수원 상권의 랜드마크를 자신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잰걸음이 한창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관 '스위트파크'를 강남점과 대구점에 선보였고, 신세계 경기점은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이름을 바꿔 전체 매장 규모의 약 90%를 리뉴얼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부산점을 복합쇼핑몰 ‘커넥트 현대’로 새단장하며 재도약 채비를 끝마쳤다.
김 부사장은 올해 9월 책임경영 차원에서 한화갤러리아 주식 2816만4783주를 공개 매수하고 지분율을 기존 2.32%에서 16.85%로 늘렸지만, 지분 상향 외에 한화갤러리아의 위기를 타개할만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리뉴얼을 진행 중이나, 경쟁사들의 굵직한 변화와 견줘보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에서는 김 부사장이 다방면의 사업에 관심을 두면서 유통 본업인 한화갤러리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오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갤러리아 실적 기여도에서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성장세를 지속 이어갈지도 불확실하다.
김 부사장은 올해 5월 이사회를 통한 아이스크림 공장 설립안으로 아이스크림 제조사업에 손을 뻗쳤고, 9월에는 음료제조업체 '퓨어플러스'를 인수해 음료제조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러한 결정은 백화점 사업과 운영 성격이 크게 다른 제조사업이기에 한화갤러리아의 시너지 창출과 연관성이 있을지 물음표가 달렸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모멘텀·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과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등 총 6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 부사장이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을 총괄하면서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 바 있다"며 "전체적 흐름을 보면 신사업인 로봇사업을 궤도에 올려 유통업과 식음료 제조사업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신사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업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는 한화갤러리아의 추락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만약 유통사업이 좌초한다면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부정적 평가를 받아 유통사업 계열분리와 같은 큰 그림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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