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3 19:42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국내 단체급식업계 2위 사업자인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수가 성사돼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분석이 제기된다.
아워홈이 보유한 '범LG가(家)' 단체급식 물량의 승계부터 한화오션의 단체급식을 담당해온 웰리브의 반발 등이 당면과제로 지목된다.
23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난달부터 실사를 진행해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아워홈 인수와 관련해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인수 추진을 위한 실사를 간접 시인했다.
관련 업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김동선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한화그룹의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올해 '푸드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2월 외식 부문 자회사였던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하고 푸드테크 사업을 본격화했다. 단체급식은 조리 인력 수급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푸드테크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인수 대상은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 38.56%와 구미현 회장의 지분 19.28%다. 두 사람의 지분 합산율은 57.84%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과반 수준을 넘는다. 아워홈의 지분구조는 ▲구본성 전 부회장(38.56%) ▲구미현 회장(19.28%) ▲구지은 전 부회장(20.67%) ▲구명진 씨(19.60%) ▲기타(1.89%) 등으로 오너일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대금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워홈은 실사에서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원 수준에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화호텔리조트가 해당 금액을 인정한다면 인수 지분 57.84%의 가치는 약 86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매각에 반대하고자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면 인수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전부터 부친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아워홈 경영에 강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자체적인 인수대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인수금융을 일으키거나 모회사인 ㈜한화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올해 3분기 한화호텔앤리조트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조8178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조160억원으로 부채가 자본을 앞질렀다. 현금성자산은 1293억원이며, 이를 포함한 유동자산은 2355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에 약 27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한화가 지원군으로 나서야 인수대금 마련이 가능해진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한화를 밑천 삼아 인수금융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유상증자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에서는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설령 아워홈 인수를 성사시키더라도 복잡한 전후사정을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우선, 아워홈 전체 급식 사업장에서 '알토란'으로 평가받는 범LG가 물량이다. 이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다면 아워홈 인수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워홈은 20여 년 전 계열분리가 이뤄졌음에도 혈연관계가 작용, 범LG가 급식사업장 다수를 수의계약으로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 아워홈의 범LG가 물량은 약 110곳으로 파악되며, LG그룹 80여 곳, LS그룹 20여 곳, GS 10여 곳, LX그룹 5곳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과 구미 사업장이 경쟁입찰 물량으로 풀려 아워홈의 범LG가 물량 지키기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마곡동에 소재한 LG사이언스파크 급식 사업장 역시 아워홈이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연구개발 '심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워홈 본사는 인근 마곡동에 소재하고 있다. 아워홈과 범LG가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화오션의 급식 사업자 갈등도 차후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오션 급식은 하루 식수가 약 2만식 규모로,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웰리브가 담당해오고 있다.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바뀐 뒤에도 급식 사업장 운영을 이어왔지만, 최근 한화오션은 급식 위탁사업자를 웰리브와 풀무원 두 업체로 이원화했다. 풀무원은 금속노조 웰리브지회 노조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식당 운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면 범LG가 물량 유지를 위한 물밑협상부터 벌였을 것"이라며 "범LG가는 10년 이상 진행된 아워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피로도가 크게 쌓인 만큼, 되레 한화의 인수 추진이 반가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화그룹 전체 급식 물량은 약 600억원대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아워홈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화그룹 물량은 기존 위탁 사업자로 운영하면서 회수 시기를 엿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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