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21 08:00
주담대 증가세 둔화 감지…"11월보다는 10월 인하 적절"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연준은 우리시간으로 18~1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0%에서 4.75~5.0%포인트로 낮췄다. 보편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연준은 올해 0.50%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한 상태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2.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다소 축소됐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다. 작년 1월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연속된 13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금리를 논의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올해 10월 11일과 11월 28일 두 차례 남은 가운데 한은 기준금리도 연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된 만큼 대외 여건은 무르익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물가 안정과 내수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걸림돌이다.
최근 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성장률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하향되고, 물가 상승률은 안정화되면서 낮아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5월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도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은 5월보다 0.1%포인트 낮춘 2.4%로 내다봤다. 물가 전망도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률 전망이 소폭 떨어지고 있으나, 물가는 안정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한은에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나온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 물가가 드디어 2% 정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며 "물가 안정을 기초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8일 "5월에 이미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언제 조정하더라도 지금 국내 경기 상황과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 금융불균형 심화는 인하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실제 지난달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8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늘었다.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최대폭 증가다. 전달(5조4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확대됐다.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8조2000억원 늘었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 매매거래 증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제2금융권 주담대도 3000억원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2024년 1분기 현재 92.1%로 OECD 31개국(평균 60.1%)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요 연구들에서 추정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의 소비·성장 제약 임계치(80~8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만큼 9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다소 안정화된다면 한은의 10월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5대 시중은행 주담대는 1주 9000억원, 2주 1조3000억원으로 증가 속도가 다시 상승했지만, 긴 연휴 전 주담대 수요일 가능성이 있고 8월 대비 증가세 둔화가 감지된다"며 "다음 금통위까지 남은 3주 동안 주간 1조원 이하로 줄어들 경우 10월 0.25%포인트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는 한은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빅컷이라는 결정 뿐만 아니라 파월 의장의 '우리 기본 시나리오는 제약을 제거하고 경제반응을 보자는 것'이라는 언급은 한은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나 국책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인하 압박이 거세짐에도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의 언급과 연준 결정은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준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도 '9월 FOMC 이후 금융시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등은 한은의 정책 여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속된 내수 부진 요인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인하를 11월로 미루기보다는 10월에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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