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11.20 09:56

화정역 출근길 "한 대가 사라졌다"…승차 포기하기도

20일 오전 경기 고양 화정역 개찰구 앞에 "철도노조 태업으로 전동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알림이 붙어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20일 오전 경기 고양 화정역 개찰구 앞에 "철도노조 태업으로 전동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알림이 붙어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수도권 전철 1·3·4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을 운영하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 19일부터,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오늘(20일)부터 준법운행(태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지하철 일부 구간이 지연되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준법운행에 대해 "관행적 정시운행이 아닌 정차 시간 준수, 승객 승하차 철저 확인 등 안전 운행을 위해 필수적인 안전 규정을 지키면서 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준법운행에 대해 사측은 근로자들이 뭉쳐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는 태업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전국철도노조는 "위험천만한 작업장에서 뛰지 않거나, 생리현상 해결을 위해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보수품 유용을 안 한다는 것이 '근무를 게을리하는 태업'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는 위험 예방을 위한 법 준수의 요구와 실현"이라고 반발했다.

준법운행이든, 태업이든 시민 불편은 시작됐다. 

이날 기자의 출근길을 되짚어보면 출근길 3호선 고양시 구간은 평소에 비해 훨씬 더 혼잡했다. 기자는 경기 고양시 화정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출근한다. 그간의 출근 경험을 비춰보면 오전 7시 45분경에 한 대가 오고, 51분경에 다음 열차가 온다.

오늘은 달랐다. 7시 39분경에 역에 도착했지만 열차는 49분경에 탔다. 다음 열차가 막 대화역에서 출발했다는 알림을 보면 열차 한 대분이 사라진 셈이다. 전날 철도노조 태업 때는 체감하지 못한 지연이 생겼다. 

이는 객석 혼잡도에서도 확인됐다. 보통 화정역에서 타면 앉지 못할 정도로 차 있다. 쉽게 말해 앉는 자리 앞에 서 있을 정도는 되나, 이날은 퇴근길 종로3가에서 대화행 3호선을 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화정역부터 빽빽하게 들어차니 다다음역인 원흥역쯤에서는 타기를 포기하고 기다리는 승객도 확인됐다. 물론 구파발역을 지나 서울로 들어오면 평소에도 혼잡했던 만큼, 이때쯤 타는 승객들은 특별히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준법투쟁이 단 하루에 끝나지 않고, 지속될 예정인 만큼 당분간 불편은 불가피하다. 특히 내달 6일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력투쟁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력투쟁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전날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인력감축 강행 중단, 1인 승무제 도입 철회, 노동자·시민 안전 보장을 위한 전향적 변화 등을 요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으나, 노조의 요구를 끝내 묵살하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12월 6일을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다른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제2노조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쟁의 결의'를 공식 선언했다. 통합노조는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성실히 교섭에 나서라"며 "시민 안전과 안정적인 지하철 운영을 위해 서울시와 공사가 적극적인 자세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MZ세대를 주축으로 구성된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20일 시청 인근에서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집회'를 개최한다. 올바른노조는 24일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외 인력 충원과 기본급 2.5% 정액 인상 등을 요구하며 준법 투쟁 중인 전국철도노조는 내일(21일) 서울역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파업 일자와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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