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7 16:36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내년 1월로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고려아연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를 통한 이사 선임을 강행하려 하고 있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의결권 확보를 위한 꼼수'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 아래 경영권 방어나 특정 세력의 우호 지분 강화를 위한 도구로도 악용될 수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꺼내 든 이유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전장치'로 보인다. MBK와의 지분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소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내부 견제구를 던지려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 이사의 진입은 이사회 운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집중투표제가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지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MBK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설령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내부에서 권한 다툼과 의견 분열 등으로 회사의 안정적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이 경영권 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집중투표제가 진정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감독기관은 해당 제도가 특정 세력의 경영권 방어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소액주주 보호'는 단순한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제도가 본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지 않는다면,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운 또 다른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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