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31 17:50
경영진 교체로 임단협 사실상 원점…CEO 취임 전부터 조직 화합 난항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박창훈 신한카드 신임 대표의 첫 행보는 노조 달래기였다. 천막농성 중인 노동조합을 찾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박창훈 대표는 오전 11시경 본점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박원학 신한카드 노조위원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교섭과 투쟁의 장기화에 유감을 표하며 대표이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대표도 천막 농성까지 진행된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박원학 신한카드 노조위원장은 "신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요구안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이후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노사 갈등의 원인은 임금 인상 협상 때문이다. 노조는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타 카드사 노조들이 7~8%를 요구한 만큼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바라고 있다.
사측은 은행 수준의 인상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은행권 합의안은 임금 2.8% 인상이다. 따라서 신한은행 이상의 임금인상율은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박 대표도 인지하고 있다. 신한카드 대표로 내정된 이후 노조는 1인 피켓 시위, 그룹 본사 항의 시위 등을 진행했으며 지난 30일부터 본점 앞 천막농성으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박 신임 대표는 본부장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CEO로 직행했다. 문동권 전 사장에 이어 내부출신이 됐다는 데 신한카드는 반기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교체로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선 계열사 대표 인사 발표 전까지 문동권 전 사장은 본인의 교체 여부를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신임 대표도 인사 발표 전날 그룹 호출을 받고서야 사장 승진을 알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박 대표는 갑작스럽게 경영권 키를 잡고 조직원까지 다독이면서 카드사 1위 기업을 이끌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박 대표는 1월 2일 시무식과 함께 취임식을 대신해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칫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취임과 함께 총파업에 직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