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1.06 11:00

국내 소비 부진·트럼프 취임·중국發 리스크 '삼중고'
"추가 탄핵·외국인 자금 이탈 시 1500원 돌파 가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달러환율이 1500원선마저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출처=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달러환율이 1500원선마저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원·달러환율이 1500원선마저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6원 오른 1470.0원에 출발해 오전 10시 40분 기준 1470.4원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400원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따른 탄핵 정국 여파로 1486원까지 치솟은 뒤 1460~147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원·달러환율이 1470원선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이다. 

반면 달러화 지수는 2년 2개월만에 109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추가 상승 우려가 여전할 뿐더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경계감 역시 달러 강세를 지지 중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1500원이라는 환율은 국내 펀더멘탈에 대해 투자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물론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언저리에서 환율이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국내 경제와 신인도에는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출처=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출처=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트럼프 취임 임박…관세 부과 '공포' 현실화

새해가 밝았지만 환율 상승을 부추길만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오는 20일 취임식을 가질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향후 원·달러환율 추가 상승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강달러, 고금리, 고물가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특히 관세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국 관세를 필두로 주요국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물가 상승으로 직결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된다면, 경기 부진으로 인하가 필요한 국내와의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열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제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해 매파적 입장을 취한 셈이다.

중국 오성홍기. (출처=픽사베이)
중국 오성홍기. (출처=픽사베이)

◆국내 소비·수출 동반 부진…중국 산업 침투도 '악재'

국내 소비 부진과 중국발 리스크 역시 고환율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으로 보면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또한 12월 수출 역시 전년 동월과 비교해 6.6% 증가해 4개월 연속 한 자릿수대 성장률에 그쳤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다. 

이 연구원은 "중국은 신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자국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그 일례로 중국 전기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 시장까지 침투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는 올해 초 한국에 전기차 시장 출범을 예고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도 하락할 공산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 산업의 국내 침투는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 인피니티 서울의 딜링룸 내부. (사진제공=하나금융지주)
하나 인피니티 서울의 딜링룸 내부. (사진제공=하나금융지주)

◆올해 환율 흐름 '상고하저'…"1500원 돌파 가능성 있어"

전문가들은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지금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주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추가 탄핵이 현실화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질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새해 들어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수출업체 물량 출현 통한 은행권 단기차입이 확대되면 환율 레벨도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 등 많은 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기본적으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겠지만,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1400원대의 환율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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