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28 14:00
용돈 관리 본인이 직접…더치페이는 일상
기성세대인 부모는 10대 자녀들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걱정보다 자립적이고 경제 개념도 확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인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고 부족한 금액은 아르바이트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만 14~18세 청소년, 3728명을 설문조사해 이와 같은 청소년 일상생활을 담은 틴즈 다이어리를 발간했다.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이제 청소년들은 단순히 소비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첫 단계를 경험하는 주체로 성장했다. 또 용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계획하고 관리하면서 경제적 선택의 책임도 경험하고 있다.

◆엄카·아카 안 써요…용돈은 직접 관리
청소년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다. 그러나 엄마카드나 아빠카드를 쓰기보다 91.4%의 청소년들은 본인 명의 계좌 또는 카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았던 시기는 중학교 37%, 초등학교 4~6학년 30.8%, 고등학교 11.6% 순이었다. 용돈을 받는 주기는 한 달에 한 번 받는 청소년이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청소년은 21.4%를 차지했다. 한 달 용돈은 중학생 기준 10만원 미만이고 고등학생은 10만원 이상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설 연휴 청소년 대부분이 추가로 용돈을 받는다. 청소년은 어른 한 명에게 10만원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받는 돈은 5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설 용돈을 '엄마에게 맡겨'가 통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 명절 용돈을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81.8%로 집계됐다. 부모님이 대신 관리하는 경우 추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54.8%,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응답한 청소년은 29.4%로 조사됐다.
용돈의 대부분은 편의점, 카페 등 식비와 영화·공연·전시 관람, 문구·학용품 구매에 주로 사용됐다. 특히 청소년은 용돈을 소비할 때 단순한 지출을 넘어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한 자기 주도적인 소비 습관을 형성하고 있다.
남학생은 주로 디지털 환경과 관련된 소비를 선호하며 게임이나 구독 서비스 같은 항목에 용돈을 사용한 반면 여학생은 브랜드나 팬덤과 관련된 소비를 즐겼다.
눈에 띄는 점은 용돈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필수적 소비와 선택적 소비를 명확히 구분하는 모습이다. 계절 의류나 학습 도서 등 의무적인 구매는 부모님에게 의존하지만, 취향이 반영된 문구류나 캐주얼 의류 등은 자신의 용돈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저축보다 남은 용돈 적립…친구랑은 더치페이
용돈은 직접 관리하지만 저축할 수 있는 여유는 없어 보인다. 청소년의 92.8%는 저축의 필요성을 높게 체감했다. 그에 비해 실제 저축이나 투자 실천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저축 방식을 살펴보면 자유 입출금이 82.5%로, 주로 남는 용돈을 단순히 적립하는 수준이다. 용돈 내에서 월평균 저축·투자가 가능한 금액은 금액 구간별 1만원이 29.2%로 가장 높았다. 청소년이 보유한 목돈 금액도 10만원 미만이 33.5%로 집계됐다.
저축할 여유는 없지만, 소비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청소년 대부분은 전용카드로 교통 할인, 편의점 결제 할인 등을 받고 있다. 평균 1.7개의 청소년 전용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이체·송금할 때 카드 앱을 사용했다. 일부 청소년은 시간표나 급식표 등 특화된 금융 앱을 사용하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카드 혜택보다 디자인, 또래 친구들이 어떤 카드를 쓰는지에 따라 본인이 사용하고픈 카드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비용을 낼 때는 더치페이가 일반이다. 청소년의 76.2%는 금액과 관계없이 더치페이를 선호했다. 더치페이하는 경우 한 명이 전체 금액을 직접 결제하고 각자 금액을 송금해 주는 방식이 75.9%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은 각자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여학생은 한 명이 대표 결제 후 각자 송금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처럼 더치페이를 주로 하고, 그때마다 송금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금융서비스 중 송금 편의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 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은 성별 반응이 엇갈렸다. 반반씩 나눠 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여학생이 83.9%, 남학생이 50.6%로 나타났다. 경제적 책임이 더 많이 지던 기성세대의 관점이 남학생에게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데이트통장 개설에 대해선 38.2%가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27.2%는 부정적이었다. 이유는 데이트통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귀찮거나 비용을 정확히 반반 나누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꼽았다.

◆용돈이 더 필요하면 알바…그만둘 때는 메시지로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청소년은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5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로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란 답이 37.3%로 집계됐다. 이어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가 33.3%를 기록했다. 단,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은 본인이 경제 계층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희망하는 아르바이트도 급여가 높은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남학생 43.6%는 급여가 높은 업무를 선호했고 여학생 34.6%는 안전한 업무를 선호했다. 이는 여학생이 아르바이트하며 무례한 손님을 경험한 비율이 남학생보다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는 비대면을 선호했다. 사장님께 직접 이야기한다는 응답이 61.3%로 높았지만, 메시지로 전한다는 비율도 27.5%에 달했다. 전화로 알린다는 비율 역시 9%로 나타났다. 이는 메신저 소통에 익숙한 세대답게 전화보다는 메시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