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04 11:00

가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유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망인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망 퇴직금을 지급하는데, 유족 고유의 재산이라면 유족의 생활 보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망 퇴직금이 상속재산인지 유족의 고유재산인지 사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사망 퇴직금이 상속재산이라면, 상속인은 상속재산으로 망인의 채권자들에게 변제하고 남은 재산이 있다면 취득할 수 있다. 만약 변제하지 않는다면 상속재산에 대해서 강제집행이 들어올 수도 있다. 만약 망인의 채무가 많아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상속인은 상속재산인 사망 퇴직금의 범위에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
반면, 사망 퇴직금이 유족 고유의 재산이라면 망인의 채권자들과는 무관한 재산이므로 상속인은 이를 망인의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필요가 없다. 만약 망인의 채무가 많아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더라도 사망 퇴직금을 취득할 수 있다.
사망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고 예외적으로 특정한 요건을 구비하면 유족 고유의 재산이 된다. 그렇다면 사망 퇴직금이 상속재산인지 고유재산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대법원은 회사의 단체협약에서 사망 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으로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판례를 살펴보면, 상속인은 사망 퇴직금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이를 목록에 포함한 뒤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수리됐다. 그 후 망인의 채권자들이 사망 퇴직금에 대해서 가압류 또는 압류했고 회사는 사망 퇴직금을 공탁하고 지급을 보류했다. 이에 유족은 고유재산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사망 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닌 위 규정에 따라 직접 사망 퇴직금을 취득하므로 유족 고유의 재산이라고 판시했다. 이유는 사망 퇴직금의 수령권자에 대해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지 않았는데, 노사 협약 자치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에서 유족의 생활 보장 목적으로 유족에게 지급하도록 정하였다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사안과 동일한 문구로 단체협약에 사망 퇴직금의 수급권자가 규정되어 있다면 유족 고유의 재산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단체협약에 규정이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회사 내규 또는 취업규칙 등에 수령자의 범위 및 순위 등에 대한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유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망 퇴직금이 상속재산임에도 불구하고 고유 재산이라고 잘못 판단해 사망 퇴직금을 처분한 경우라면 단순승인이 되므로 그 후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해도 효력이 없다.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후 사망 퇴직금을 부정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은 효력이 없다. 이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어 망인이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 채무까지도 모두 상속받게 되므로 사망 퇴직금보다 많은 채무를 떠안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리스크를 줄이면서 사망 퇴직금을 취득할 방법에 대해서 변호사에게 자문하는 것이 좋다.
[김희성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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