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05 11:00

로고송은 기업, 브랜드, 제품, 프로그램 등을 알리는 짧은 멜로디 형식의 음악 창작물이다. 수십 초 안에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응축해 담아내는 고밀도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 방송사, 금융사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식품·의약품·전자제품 광고와 방송 프로그램에 로고송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수십 년 전의 로고송을 들으면 현재에도 해당 기업이나 제품이 연상되는 경험을 떠올리면 로고송의 마법 같은 각인 효과를 알 수 있다. 시각적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로고나 상표라면, 로고송은 청각을 통해 인지도는 물론 감정적 유대까지 형성하는 도구다.
로고송은 순수 창작물과 달리, 기업, 브랜드, 제품,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 분위기, 이미지를 음악으로 구현하려는 명확한 목적성을 지닌 음악이다. 창작자는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멜로디와 가사를 구성한 뒤 실연자와 협업해 완성한다. 이처럼 로고송은 짧은 시간 안에 청취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예술이다. 예술의 가치는 길이·규모와 무관하며, 한 줄의 문장이나 하나의 멜로디에도 예술의 정수(Essence)가 담길 수 있다. 로고송은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함축한 음악적 에센스다.
또한 로고송은 마케팅과 결합된 창작물이라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30초 광고 영상이나 카피 한 줄을 위해 수많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들어가듯, 로고송 제작 역시 마케팅 전략과 창의력, 통찰력이 투입된다.
하지만 간혹 로고송이 '몇십 초짜리 음악'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로고송의 목적, 특수한 창작성, 제작 과정을 고려하면,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의 철학을 전해야 하는 만큼 더 높은 창의성과 기술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는 저작물의 길이에 따른 사용료 차등적용 규정이 없다. 공연 사용료, 방송 사용료는 매출액(무료 경우 일정 금액), 음악 사용료율, 저작물 관리율을 고려해 산정되고, 전송 사용료도 유사한 방법이나 이용 횟수, 지분율, 곡 단가 등을 반영한다. 즉 음악 저작물의 가치는 창작성과 청취율, 기능에 따라 판단된다.
실제 한 유명 가수 겸 제작자는 방송국 로고송으로 받은 저작권 수입이 다른 인기곡들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누구나 듣자마자 방송사를 떠올리는 해당 로고송은 그 자체로 청각적 브랜딩(Aural Branding, Sonic Branding)이었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아티스트조차 로고송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로고송은 유명 작곡가의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로고송 창작자들의 노고와 창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그에 걸맞은 공정한 보상과 합리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희성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한국음반산업협회 사외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