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24 18: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전통적인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정유업계가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에 대응하고자 인공지능(AI)을 사업 전반에 입히고 있다. AI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울산공장의 디지털 정유공장 구축을 위해 AX(AI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기업인 LG CNS와 협력한다. 양사는 AI 기반 플레어스택(가스연소 굴뚝) 최적화 시스템, 공정안전관리(PSM) 자동화, AX 플랫폼 개발을 추진해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AI 기반 플레어스택 최적화 시스템은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연기 색상과 불꽃을 실시간 감지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자동으로 증기 밸브를 조정해 공정 안정성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기존 직원들의 수작업 점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정안전관리(PSM) 시스템도 AI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생성형 AI 및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안전관리 보고서 작성 및 면담 준비를 지원하며, 'AI 모의면담' 기능을 통해 직원들의 안전 의식을 향상할 예정이다.
또한, 에쓰오일은 LG CNS와 함께 AX 플랫폼을 구축해 공장 운영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 직원들은 AI·빅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공정 운전 최적화 및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는 정유·석유화학 공정 최적화 및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AI 자율 제조 플랫폼을 구축한다. 산업부 국책과제인 'AI 자율 제조 선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수공장에 AI 기술을 도입해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GS칼텍스는 2028년까지 2단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단계에서는 정유·석유화학 공정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AI 최적화 모델을 개발하고, 2단계에서는 이를 통합해 AI 자율 제조 플랫폼을 구축·실증할 예정이다. 특히,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원재료 투입량, 제품 스펙,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최적화하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또한, 가열로 설비의 내부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스캔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해 운전 조건을 조정했지만, 앞으로는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운전 조건을 자동으로 설정하게 된다.
GS칼텍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 불황 속에서도 생산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 개선을 도모하며, 지역 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와 협업해 맞춤형 공정안전관리 학습 플랫폼인 'PSM 스킬업 챗봇'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의 직책·부서·업무에 따라 ▲안전운전 지침 ▲설비 점검·검사 및 유지⋅보수 ▲비상조치 계획 등에 대한 맞춤형 질문을 제공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답안 평가를 제공한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학습과 모의 면담 평가를 제공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공정안전관리 교육에 대한 임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였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정 운영을 위해 AI 기술 활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지역 AI 기업인 딥아이(DEEP AI)와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정유·석유화학 공정은 안전 운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엔지니어가 정비 여부를 판단한다. 초음파를 이용해 결함을 찾는 비파괴 검사가 대표적이며, 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된다.
열교환기는 울산CLX에만 약 7000기, 울산 산업단지 내 약 3만기가 존재하는 설비로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제품 생산 시 온도 조절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정유·석유화학 설비 노후화 및 혹독한 운전 환경으로 인해 균열·부식·마모가 잦다는 데 있다. 설비 고장 원인의 약 80% 이상이 열교환기 내 튜브 손상이다.
초음파로 촬영한 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결함을 찾아내는 이 기술은 정확도가 95% 이상이며 검사 시간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에서 현장 실증을 통해 전면 적용한 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확대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제마진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정유업계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공정 최적화는 원가 절감과 운영 효율성 향상에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설비 운영 최적화 ▲에너지 절약 ▲안전성 제고 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