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12 08: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고환율 등으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유업계가 신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SAF 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국내 정유사 간 수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SAF는 석탄이나 석유 대신 폐식용유·동식물성 기름·옥수수·사탕수수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가량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최근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유럽에 SAF 수출을 시작했다. SAF는 지난해 9월 구축된 코프로세싱 방식이 적용된 전용 설비에서 생산됐다. 코프로세싱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 라인에 별도의 바이오 원료 공급 배관을 연결해 SAF와 바이오납사 등 저탄소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SAF 상업 판매에 성공한 곳은 HD현대오일뱅크다. 지난해 6월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일본 ANA항공에 SAF를 수출했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100% SAF를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CORSIA SAF' 5000㎘를 일본 주요 상사인 이토추를 통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 공급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8월부터 대한항공의 인천~도쿄(하네다) 정기 노선에 주 1회 SAF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발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여객기에 SAF를 공급한 첫 사례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울산공장에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며,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SAF 수요는 지난 2021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IATA는 오는 2050년까지 항공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SAF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3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는 2050년 글로벌 수요가 4000억톤을 넘겨 현재 연간 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톤)와 비슷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EU는 이달부터 유럽 내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최소 2%의 SAF를 배합해 써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시행 중이다. 이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현재 SAF 사용이 의무화된 글로벌 시장은 유럽이 유일하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국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 혼합 급유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SAF 혼합의무제도 설계 태스크포스(TF)' 2차 전체 회의를 열고, 올해 상반기까지 '중장기 SAF 혼합의무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생산 비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 이상 드는 데다, 50만톤의 원료 처리설비 하나에만 약 1조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석유협회는 SAF 설비 투자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와 SAF 생산·사용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SAF를 급유한 항공사를 대상으로 공항 시설 사용료 감면 검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AF는 현재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3%의 공제 혜택을 받는데, SAF 생산설비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해 세액 공제율을 15%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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