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17 14:17
개념설계 도용 혐의로 한화오션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 검토
왜 사업자 선정 전에…HD현대와 수의계약 명분 쌓기 의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1년 반 넘게 표류 중인 8조원 규모 대형 국책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여부를 놓고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에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KDDX 주요 사업자 자리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의혹과 관련해 관대한 처분을 내렸던 방사청이 최근 한화오션에 비슷한 의혹이 일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과거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관련 사항에 대해 행정처분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13년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하고 기본설계 제안서를 방사청에 제출했다. 방사청이 검토 중인 것은 한화오션이 당시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도표 등 27건을 도용했고,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방사청에 제출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했기에 부정당업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강하게 반발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13년 당시에는 개념설계 원본 보관 관련 법적 근거가 없었고, 계약 당시 충실하게 규정과 절차를 따랐다"며 "2021년 방사청의 보안심의위원회에서도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군방첩사령부도 최근 방사청으로부터 관련 조사 의뢰를 받았으나, 군사기밀보호법상 공소시효(10년) 만료 등을 이유로 불입건 결론을 내리고 방사청에 통보한 바 있다.
방사청은 뚜렷한 이유 없이 주요 사업자 결정을 지연한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이달 24일 분과위원회를 열어 사업 방식을 확정하고, 30일 국방부 장관 주재 방산추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분과위 민간 외부위원 6명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사청 분과위는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과반수는 HD현대중공업에서 미는 수의계약에 찬성하고 있다. 방사청도 기본설계 업체(HD현대중공업)와 수의계약을 한다는 것이 관례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외부위원 6명은 한화오션이 주장하는 경쟁입찰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방사청은 굳이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검토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방사청은 이달 분과위나 방추위 결과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KDDX 사업을 담당하는 한 소식통은 "과거부터 방사청 내부에는 '기본설계자=수의계약 체결'이라는 암묵적 룰이 팽배했다"며 "사업자 선정과 방식 확정이 몇 년간 미뤄졌던 것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미국 등 군사 강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경쟁입찰 논리에 딱히 반박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군사기밀 유출 의혹이 있었던 것은 HD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직원 9명은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 제작 KDDX 개념설계도 등을 촬영해 자사 내부망에 공유했다가 2023년 재판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방사청은 지난해 HD현대중공업 입찰참가자격을 심의하면서 부정당업체가 아니라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현재 방사청은 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KDDX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KDDX는 좀 더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는 데다, 북한 등의 탄도탄 감지 능력과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100% 국내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건조를 완료하면 미국과 일본 같은 해군 강국 반열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과 차별성을 지닌다.
사업 과정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이다. 정부가 KDDX 사업을 시작한 때가 지난 2011년이었는데 기본설계 단계 수주를 끝내는 것만 해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소송전으로 8년을 보내고, 상세설계 단계에서 6년을 허비 중이다.
관련기사
- 방사청 "KDDX 안건, 4월 분과위 상정 양사 협의 중"
- 7.8조 규모 'KDDX 사업자' 선정…4월도 물 건너가나
- 8조 규모 국산 차기 구축함 사업…또 미뤄져
- 조선은 잘 나가는데…HD현대, 정유·석화·건설기계 '속앓이'
- HD현대중공업, 전투용 무인수상정 시대 연다
- 방사청 KDDX 공정성 논란에…국회 국방위 의원도 '발끈'
- KDDX 주요 사업자 선정 또 보류…사실상 국회 의견 수용
- KDDX 결국 수의계약?…국회 국방위 與 간사 '불편'
- 이달 중 '해결' 혹은 '보류'…KDDX 논란, 다시 도마 위로
- 상생방안 더 고민…방사청, KDDX 사업방식 결정 또 보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