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7 11:01
정치 불확실성 걷혔으나, 美 관세 문제 등 불안 여전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123일 만에 파면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100일이 넘는 계엄 정국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추후 들어설 신정부를 중심으로 산업계 직·간접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업종은 정책 영속성이 파괴되고, 미국발 관세 문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방산·조선·유통은 '맑음'
상상인증권 측은 “조선 및 방산 등의 상승세가 이번 주 지속될 것”이라며 “파면 이후 추경이 이뤄짐에 따라 내수 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음식료 및 유통 섹터 관련 ETF들에 대한 투자 심리 역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에도 착실한 수주고를 쌓아온 방산은 신정부가 들어서면 자연 외교력도 확보되는 만큼 대형 해외 수주나 국책사업에 유리해진다.
예컨대 9조원 규모의 폴란드' K2 흑표 전차' 수출 사업의 경우, 계엄 사태로 인한 국방부 장관 공석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국방부 장관 공석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의 경우 국내 정치 혼란으로 발주를 주저했던 선주들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방산은 업체의 기술력과 신뢰도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대외 협상력이 크게 적용하는 업종인 만큼 국정 공백 해소 기대감이 커진 지금부터는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방산과 조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조선의 경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에서 오히려 미국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 '흐림'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은 걷히겠지만, 미국발 관세 문제 콘트롤 타워가 당분간 없는 만큼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렵다.
특히 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수출기업이 많고, 미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 군은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우선 자동차는 상호관세 예외 품목이지만, 약 25%의 관세가 별도 부과되면서 가격 경쟁력 하락 및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이미 막대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까지 미국 현지에 31조원 투자에 이어, 미국 현지 판매 가격 동결까지 결정했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80%가 넘는 한국지엠은 손조차 못 쓰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관세 문제에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민간 외교를 펼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상황이다.

이는 철강 업계도 마찬가지다. 25% 미국 관세에 값싼 중국·일본산 철강재 유입 등 해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인 상태에서 자체 대응만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정부의 관세 협상 노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손해를 감수하고 북미 지역 등으로의 생산물량 이전 및 물론 현지 공장 신설 투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자는 물론 자동차 배터리 및 소재·부품·장치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미국을 포함해 중국·베트남·멕시코 등 관세 영향권 국가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중국발 공급과잉에 관세 문제로 수출까지 비상이 걸린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재편이 절실하나,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4년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구조조정은 물론 추가 지원책 마련도 ‘올스톱’ 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로서는 당분간 자체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큰 투자보다는 관세 문제나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