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12 18:00
유가·정제마진 동반하락에 수익성 악화 지속 전망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정유업계의 빙하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같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한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유가·정제마진 동반 하락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대응력으로 외부 변수를 극복하기 불가능한 업종 특성상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사들은 상반기는 납작 엎드린 뒤 신정부의 지원이 기대되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 중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87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89% 줄어든 실적이다. 이 가운데 정유 부문은 영업이익 1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화증권은 340억원, KB증권은 92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
증권가는 에쓰오일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56.15% 감소한 1991억원으로 전망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사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주된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과거 높은 가격에 구입해 둔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재고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난 8일 기준으로 국제 유가 규격인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2.82달러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59.10달러를 기록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관세 부과를 예고했을 때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석유 등 기존 에너지자원을 중시해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예상됐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물론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상호 관세 적용을 90일 유보한 직후 반등하기는 했으나, 큰 폭은 아니다.
심각한 것은 중국이 상호 관세 유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은 중국인데,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다. 관세 전쟁 우려에 따른 중국 경기 침체로 글로벌 석유 완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하락한다. 완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값이 정제마진이다.
물론 국내 정유사들의 경우, 추후 SK이노베이션이나 에쓰오일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신사업에 기대를 걸 수는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신사업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고, 역시 환율 등 외부변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지금 같은 불투명한 글로벌 무역질서 상황에서는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안 후속 대책도 멈춘 상황이기에 하반기 신정부가 재추진해 줄 때까지는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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