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4.14 11:27

삼성·LG·현대차·포스코 투자 확대 및 검토
글로벌 출혈경쟁 및 현지 규제 등 넘어야

울산항 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울산항 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인도가 삼성·LG·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의 새로운 '전략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잠재력이 큰 시장인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우회할 수출 다변화 대안 등으로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수출 전략기지로 주목받아 왔다.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현지 출혈 경쟁과 규제를 뚫을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공장을 가동한다. 해당 공장은 현대차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 공략 차원에서 지난 2023년 미국 제네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현대차는 해당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기존 첸나이공장(1998년 설립)과 시너지를 내 현지 생산능력이 1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가장 큰 해외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170만대를 팔았다. 푸네공장이 가동되면 수년 내 인도는 미국과 대등한 규모의 수출처가 되는 셈이다.

현재 인도 시장 성장세도 양호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인도에서 분기 기준 최대치인 총 22만9126대를 판매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도는 곧 미래"라고 평가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말 인도법인(HMIL)을 해외 자회사로는 처음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예상 기업가치만 19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이후 현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이후 현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도 이르면 오는 5월 초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 상장이 성공하면 LG전자는 최대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조달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 자금으로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신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기존 노이다·푸네공장에 이은 세 번째 현지 공장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현지에 특화된 저렴한 에어컨을 중심으로 한 가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인도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2월 인도를 방문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인도에 2개 휴대전화·가전공장(노이다·첸나이)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도 현지 생산량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 등 세계 곳곳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장인화 회장은 최근 세계 철강 리더들이 모인 호주를 방문해 인도 철강사 JSW 회장과 제철소 건립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JSW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찬드라바부 나이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주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찬드라바부 나이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주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대기업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것은 관세 위협 등에 따른 불투명성 확대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굳이 미국발 관세 위협이 아니더라도 투자 여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인도의 14억 인구와 27세에 불과한 낮은 평균 연령, 정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 등 잠재력 요인들에 주목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모바일·IT·자동차·가전 부문에서 인도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기술과 현지 맞춤형 전략, 막대한 투자 등이 조화를 이뤄야 인도 진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현지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차는 GM의 신공장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230억원가량의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삼성과 LG전자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전자 폐기물 처리비용 규제에 수익성 확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일관제철소 합작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10여년 전에도 제철소 건립을 추진했다가 환경 문제를 염려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철회한 기억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