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6 12:30
"수의계약 타당" vs "방위사업법 위반"
HD현대 및 한화그룹 물밑 신경전 치열
최종 사업자 향방, 결국 안규백 장관 손에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은 이달 내 주요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사업 방식은 수의계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이에 수의계약을 미는 HD현대와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한화그룹 간 물밑 신경전이 재점화된 것이다.
KDDX 사업은 국가 예산 낭비 방지 및 신기술 무장 해군력 증강 차원에서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나, 본질을 벗어난 다툼으로 10여 년간 지연 중이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18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방식 결정 안건을 상정한다. 방사청 측은 "현재까지 사업추진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 "사업 추진 방식은 분과위를 거친 뒤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사청 측은 공식적으로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HD현대가 주장해 온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 특성상 영속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한 곳의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명백히 말해주듯 발주처(방사청)가 어설프게 경쟁입찰을 추진하면 시간 및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이후에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에 발주국가 등으로부터의 신뢰도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군사 강국들도 첨단 함정 건조 사업에서 소위 ‘원 디자인 원 빌더(One Design One Builder)’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한국의 수의계약과 비슷한 형식이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이나, 미국 줌월트급 구축함 사업도 설계와 건조를 동일한 업체에 맡겨 사업 효율과 기술 통일성을 높였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8월 안 장관 지시로 KDDX 기술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민간 전문가들 대다수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수행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의계약은 곧 KDDX 선도함 건조자가 HD현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했더라도 방사청은 기본설계 계약을 HD현대중공업과 맺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6명의 분과위 민간 위원들에게도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수의계약 추진의 타당성을 보고한 상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를 보면 국가안전보장이나 국가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등 보안상 필요한 경우나,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KDDX 사업은 규모도 규모지만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이 100% 적용되고, 미래 한국 방산 모델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처럼 의미가 큰 사업에서 특정업체 특혜 및 군사 기밀 유출 등 보안사고 전력 문제 제기가 잦은 수의계약의 맹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경쟁사인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와 '장보고-Ⅲ' 잠수함 등 다양한 함정 관련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취득하고 유출했다. 이는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방위사업법 제59조 및 시행령 제70조에 따르면 군사 기밀을 유출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업체는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군사강국들도 입찰 시 비슷한 경력이 있는 업체들은 철저히 배제한다.
그러나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임원의 개입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의 제재를 내리지 않고 제안서 평가 시 1.8점의 감점만 적용했다. 방사청에 특정업체 특혜 및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자주 불거진 이유다.
이 때문에 안 장관도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 시절이었던 지난 4월 KDDX 사업과 관련해 "일반 지자체에서도 2000만원 이상의 경우엔 수의계약으로 하면 안 되는데, 조 단위를 넘어가는 사업의 경우엔 수의계약보다는 자율경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현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부승찬 의원도 최근 방사청의 관련 보고를 받고 "애초 방사청이 공동개발 및 동시발주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 정부도 한화오션을 방산업체로 지정해서 2개 업체가 된 것인데 뜬금 없이 수의계약이 된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방사청 분과위는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19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외부위원 6명은 방위사업법 등을 근거로 경쟁입찰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 대로 이달 중 수의계약 방식이 확정될 경우 한화오션은 물론 전사적으로 KDDX 사업을 밀어온 한화그룹 차원에서 가만있을 리 없다"면서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전력을 들어 수의계약 부당성과 경쟁입찰의 국가 예산 절감 효과 등을 포함한 행정소송 내지 감사원 감사 청구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러한 법적 다툼은 사업을 더욱 장기간 표류하게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 KDDX 전력화 시기를 더 늦추기에 방사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작정 빨리 결정하기보다는 더 신중하게 다가가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분위기와는 별도로 30일 안 장관 주최 방추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추후 행보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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