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5.16 06:3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신한카드-이나인페이, 외국인 전용 카드 이달 출시
외국인 고객 카드 발급 절차 복잡…가입 시스템 고도화·프로세스 개선 시급

정호성 이나인페이(E9pay) 전략기획실장이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이나인페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정호성 이나인페이(E9pay) 전략기획실장이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이나인페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체크카드에 이어 외국인을 위한 신용카드 상품 도입이 임박했다. 저출산·고령화에 국내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카드사들이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2021년 195만6781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6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집계된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장기 거주자는 204만명이 넘는다.  

소비 규모도 증가세다. 이민정책연구원이 관측한 재작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56조2818억원이다. 이는 2019년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외국인 1인당 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515만원으로 내국인의 약 73%에 달한다.

이에 뉴스웍스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이번 달 중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해외송금 전문 업체 'E9pay(이나인페이)'의 정호성 전략기획실장을 만나 외국인 신용카드 시장 전망과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정 실장은 전략기획실에서 이나인페이의 사업 기획·개발을 비롯해 외환 운용과 IR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의 구체적인 '타깃'이 궁금하다.

"출시 초기에는 E9·E10 비자를 보유한 비전문직 외국인 근로자와 일부 F비자 체류 외국인이 주요 고객층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전문직 장기 체류자의 경우 극소수이기도 하고, 한국어에도 능통해 기존 신용카드 상품 가입도 쉽다. 하지만 기존 신용카드 발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상품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외국인이 장기 체류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앞다퉈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잠재 고객층의 소비 여력은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준이 되나.

"고소득자를 제외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로 소득이 월평균 200만~300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소득을 가진 분들을 특정해 카드사가 영업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체류자들의 소비문화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는 급여의 상당 부분을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송금했으나, 이제는 본인을 위한 국내 소비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상품 수익성을 담보할 수는 없겠지만, 고객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결제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고객별 결제 한도 설정' 등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성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외국인들의 카드 발급 신청에 어려움은 없나.

"외국인 고객 대상 금융 서비스나 상품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래서 내국인 중심의 카드 가입 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고객들은 가입 서비스 이용 시 신분 입력 등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인들이 평균적으로 5~6분이면 완료하는 비대면 가입 서비스도 외국인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카드 상품 가입을 위한 본인 확인 시 통신기기 인증이 필수인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가 별도의 통신사 소속이 아닌 '알뜰폰'이라는 것을 몰라 가입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어 성명을 기재할 때 내국인 기준 이름 글자 수보다 길어 입력 오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사용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문화와 서비스 적응도를 고려한 근본적인 가입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고객 가입 인프라 구축 방안을 신한카드, 금융감독 기관과 함께 논의한 바 있다."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제공=신한카드)

-출시될 외국인 신용카드 혜택은 어떻게 구성되나.

"대형마트와 교통 등 일상 영역 혜택 중심이 될 것이다. 저희가 송금 업체인 만큼 송금 서비스 혜택도 더해질 예정이다. 해외 송금 서비스 안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찾아뵙다 보면 그들의 생활 반경이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 또는 대중교통 이용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 전망은.

"신용카드 발급은 전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가 2억8000만명에 달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자는 200만~300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 발급 요건과 결제 한도를 소득 수준별로 세분화해 고객 모집을 시도한다면, 일부 국가 출신 외국인 체류자들은 편리함을 넘어 자부심을 느끼며 카드 이용을 활발히 할 것으로 예측한다."

-추후  '외국인 카드 대출' 서비스 도입도 고려하고 있나.

"출시 초기에는 외국인 대상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도입에는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가 최종 결정하는 부분이지만, 카드 이용 한도 역시 내국인에 비해 보수적으로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제 데이터가 2~3년 정도 쌓이다 보면 카드사가 단계적으로 '카드 대출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서비스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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