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5.09 07:05

을지로입구역 무인점포 쏠트래블 라운지 오픈
발급자 800만 vs 200만…휴가 앞두고 재격돌

을지로입구역 내 하나은행 광고판 사이로 신한은행 쏠트래블 무인점포가 들어섰다. (사진=정희진 기자)
을지로입구역 내 하나은행 광고판 사이로 신한은행 쏠트래블 무인점포가 들어섰다. (사진=정희진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트래블 시장을 놓고 신한은행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앞두고 고객 흡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인데, 하나은행의 본점이 있는 을지로입구역에 무인점포를 설치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무인점포 '쏠트래블 라운지'를 오픈했다. 그동안 서울역, 논현동, 성수동, 잠실롯데월드, 판교 등 5곳에서만 운영했는데 을지로입구역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쏠트래블 라운지에서 고객은 미화 최대 2000달러까지 환전 후 받을 수 있다. 달러·엔·유로·위안화 등 주요 통화 4종 외에도 태국 바트, 필리핀 페소, 베트남 동,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 호주 달러로도 환전할 수 있다.

이번 을지로입구역 쏠트래블 라운지는 트래블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하나은행 본점 위치에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현재 을지로입구역은 2022년부터 하나은행이 역명 병기권을 따내 이용 중이다. 따라서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역'으로 불리고 있고 역사 내에도 하나은행 관련 금융상품 광고들이 늘어서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광고판 사이로 신한은행 점포가 있는 게 조금 낯선 풍경이다.

따지고 보면 신한은행 점포는 을지로3가역이나 시청역에 두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을지로3가역의 경우 신한카드가 역명 병기권을 이용 중이다. 시청역의 경우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맡고 있다. 을지로입구역을 사이로 사실상 신한금융 영역인 셈이다.

그런데도 을지로입구역을 선택한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과 역 근접 직장인 등 유동 인구가 많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2024년부터 인천공항을 떠났다. 따라서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환전고객을 잡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그나마 뒤늦게 트래블카드에 뛰어들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올해 신한은행의 1분기 체크카드 해외 이용금액은 54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용금액이 213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53% 증가했다.

쏠트래블카드 가입자 수도 최근 200만명을 넘어서며 하나은행을 추격 중이다.

을지로입구역 내 신한은행 쏠트래블 라운지와 하나은행 글로벌ATM 모습. (사진=정희진 기자)
을지로입구역 내 신한은행 쏠트래블 라운지와 하나은행 글로벌ATM 모습. (사진=정희진 기자)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의 도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트래블카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위압감이 없다는 게 이유다.

실제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최근 800만명을 넘어섰다. 체크카드 해외 이용금액도 1분기 7570억원으로, 점유율은 43.9%에 달한다.

오히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공략법을 바꿨다. 을지로입구역 하나은행 ATM은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지원을 탑재해 해외송금,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항에서 환전하는 고객은 사실상 없다. 모바일에서 미리 환전해 현지에서 출금하는 게 유행으로 트래블카드의 편의성을 활용하는 추세"라며 "은행마다 트래블카드를 내놓고 있는 만큼 내국인과 외국인을 잡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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