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5.20 15:15

트럼프 행정부, 올해 한국에 잇따른 사업 참여 압박
업계·학계 "사업성과 정부 동향 고려 전략적 접근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압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신중론이 재부각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최북단에서 생산된 LNG를 1300km 떨어진 남쪽 해안으로 운송해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내용이다.

만성 LNG 부족에 에너지 안보도 시급한 한국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나, 총사업비 440억달러(약 60조원)보다 더 든다고 봐야 할 정도로 불투명성이 짙다. 미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 여부도 알 수 없고, 국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 공백 상태인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에너지 개발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희망국으로 한국을 지목한 데 이어, 알래스카 주정부도 오는 6월 3일부터 5일까지 '제4회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콘퍼런스'에 한국과 일본을 초대한 상황이다.

지난 4월 대만으로부터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약속을 받아낸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을 정조준한 것이다. 당장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해당 콘퍼런스가 대선 일자와 겹쳐 이렇다 할 답변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추후 외교와 역학관계 등을 고려하면, 참여를 안 할 수도 없다.

콘퍼런스 초대 소식이 전해진 지 나흘이 지났지만 한국가스공사, 동양철관 등 관련 주가들은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기대감에 이날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커지면 수입산 중동산 에너지가 통과하는 말라카해협 및 남중국해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도 알래스카 등 '제3의 루트' 확보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과는 반대로 관련 업체들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강관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꼭 참여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신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한 뒤 업계와 정보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척박한 기후에 파이프를 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환경보호론자들이 나서기라도 하면 공기에 큰 차질이 생긴다. 인력 운용과 보안 등 여러 측면서 미국과 세밀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 설명대로 알래스카는 1년 중 절반이 땅이 얼어 강관(파이프)을 설치하기 어렵고, 글로벌 환경보호론자들도 알래스카를 주무대로 활동 중으로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 '레브레사' 호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 '레브레사' 호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한화오션)

막대한 투자 부담에 엑손모빌과 브리티시 페트롤륨 BP 등의 민간 자본은 지난 2016년 모두 철수하고 지금은 알래스카 주정부 소유 가스라인 개발공사 ADGC만 남았다. 무엇보다 2020년 이후 LNG 가스전 개발비용은 30% 더 오른 상태다.

학계에서도 낮은 사업성과 현 미국 정부의 신뢰도를 이유로 신중론이 우세하다.

이원우 동국대학교 외래교수는 "중장기적인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가격 변화와 재기화 비용, 인프라 유동성 등 초과비용 변수와 불투명한 사업계획을 고려해야 한다"며 "알래스카 측이 한국가스공사에 LNG 구매를 요청했는데 공사 재무구조도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업 참여가 확정되면 LNG를 사와야 할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총부채는 47조원, 부채비율은 400%를 넘는다.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인데 국정 공백인 데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나라 곳간도 여유가 없다.

아울러 이 교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게 패키지로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며 "예컨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21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을뿐더러, 사업 승인 및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10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트럼프 행정부 정책 일관성이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