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05.29 16:15

제재 본격화 전 사임 발표…과거 '인사 불가' 전례도 재조명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역할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박준영기자>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오는 7월 1일자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표면적인 사유는 '건강상 이유'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심을 앞두고 전격 사임을 발표한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두나무는 29일 "이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이후에는 고문으로서 회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내에서는 이번 결정이 사실상 FIU 제재에 대비한 수순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는 FIU 제재 심의가 본격화되기 전 경영진 교체를 통해 조직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앞서 FIU가 지난해 8월부터 업비트의 AML 체계 미비를 이유로 강도 높은 제재심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문책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파리 블록체인 위크 2025'에 참석해 "정해진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며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돌연 사임을 결정한 것이다. 이 대표의 실제 임기는 2026년 말까지로 1년 이상 남아 있어, 이번 사임은 시기상 상당히 이른 결정이라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제재가 시작되면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경영진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이미 사전에 당국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월 FIU는 이 대표를 포함한 9명에 대해 문책 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팀장급 견책 등 신분제재를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두나무는 해당 인원들에 대해 내부 인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FIU는 "제재심 종료 전 인사 불가" 입장을 밝히며 이를 막았다.

한편 신임 대표로 오경석 팬코 대표가 내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FIU 제재심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직후 업계 내에서는 두나무가 내부 인사로 대표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며 "당시 정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 임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김앤장 등을 거친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로, 두나무 감사직에 역임(2011년 11월~2022년 4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AML 관련 제재가 일어난 시점에서 무관한 인사라는 점에서 FIU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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