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09 12:30
이재명 정부 '경제 1호 법안'…경영계 제동 걸기 어려워
자본시장 선진화는 불가피…"경기침체에 성급해선 안 돼"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오는 12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그동안 경영계는 기업 경영과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로 줄기차게 상법개정안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후보 시절부터 상법개정안 처리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온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사실상 입법 제동이 불가능해졌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및 한국경제인협회 등 그동안 상법개정안 통과에 반대해 온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국회 본회의를 앞둔 12일까지 관련 법안에 대한 입장 표명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출범 초기인 이재명 정부가 경제 1호 법안으로 상법개정안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에는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은 ▲이사 충실 대상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총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독립이사 선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이 담겼다.
이 가운데 재계가 가장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및 ‘3%룰’이다.
예컨대 그동안 한진그룹이나 고려아연 등 대기업들은 외부로부터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주주 동의가 필요 없는 이사회를 통해 지분 처분 및 회사 분할,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감행해 왔다. 앞으로는 전체 주주 동의 없이는 이런 행동들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3%룰로 최대주주와 우호지분 입김도 줄어들어 오너 내지 경영진 행보에 제약이 걸리게 된다.
오너가 책임경영 중심 현행 상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은 수십년 전부터 민주당 등에서 제기돼 왔지만, 재계와 보수정권에서는 그때마다 불투명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이유로 즉각적인 반박성명 발표와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상법개정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IMF 때보다 산업계 불투명성이 더욱 짙어진 만큼 오너 책임경영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주주가치의 지속적 훼손을 이유로 상법개정안의 조속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및 경제개혁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지난 4월 당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관련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도 "경제가 불투명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한국만 번번이 소액주주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발목 등을 이유로 전 세계적인 기업 밸류업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 충실의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확립된 원칙인데, 말로만 ESG경영을 외칠 뿐 'G'를 뺀 반쪽짜리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쪼개기 상장' 등 주주가치 훼손으로 논란이 많았던 두산·LS 주가가 주주가치 개선을 주장해 온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상한가를 친 것이 그 예다.
강력한 주주가치 개선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자, 삼성·LG·SK·현대차를 위시한 중견기업들까지 이달 하반기 전략회의를 통해 대응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아직 국회 통과 전이고, 법무팀이나 회계팀 차원에서 상세법령이 전부 검토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은 세계적 ESG경영 추세를 따라잡고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면서도 "다만 경기 침체 상황에 정부 부양 정책에도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급한 드라이브보다는 현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조금 더 들어보고 속도 조절하거나, 하위법령 등에 기업 입장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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