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20 11:41
트럼프 자국산업 보호·에너지 개발 육성책 선점 위해 과감히 배팅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조선·방산·중공업 쌍두마차인 HD현대와 한화가 미국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책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및 전통 에너지 개발 산업 육성책에 따라 과감히 배팅에 나서는 것이다.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업체 테라파워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지난 2008년 설립한 SMR 개발사로, 4세대 원자로인 SMR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빌 게이츠 창업자와 엔비디아 자회사 엔벤처스, 한국 HD현대 등이 참여한 가운데 6억5000만달러(약 8946억원) 규모의 기금 모금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HD현대의 투자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테라파워 모금액은 미국에 세워지는 첫 번째 나트륨 원자로 공장을 비롯해 해외 설비 등에 투자될 계획이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4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빌 게이츠 창업자 참석 하에 HD현대중공업이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SMR을 그룹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은 HD현대는 해당 사업 육성을 위해 선두국가인 미국을 정조준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원자력 기술 육성을 위한 원자력 산업 기반 활성화 등 4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고 선언한 바 있다.

HD현대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화는 중국 견제를 전제한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한국 조선·방산 러브콜에 해당 부문 역량을 미국에 올인하고 있다.
연안 운송용 상선과 군함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 100% 인수까지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 정부 승인을 얻었고, 호주 당국 승인도 대기 중인 상황이다.
오스탈은 호주 업체이기는 하지만, 미국 앨라배마주 모바일과 샌디에이고 등에서 조선소를 운용하며 군함을 건조·납품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내 소형 수상함과 군수 지원함 시장 점유율은 40∼60%나 된다.
미국 정부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른다고 해도 당장은 미국으로부터 조선 및 방산 신조 수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20년 제정한 소위 '존스법'이 한국 등 해외로의 선박 발주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을 자국에서 건조하고, 소유자나 승무원도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인 선박만 운송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해당 법에 익숙해진 미국 조선소들은 경쟁력을 잃고 장비와 시설은 노후화됐다. 이를 보다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한국이나 일본 조선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미국 의회에는 존스법 폐지 법안까지 발의됐으나, 자국 산업 육성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필리조선소 투자나 HD현대의 헌팅턴 잉걸스(미국 최대 군수 조선소)와의 협력도 존스법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인건비가 높은 만큼 리스크가 높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 정책과 세계 1위 국방력에 따른 시장 잠재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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