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7.21 13:34

SK온 IPO 및 매각은 현실성 떨어져
재무개선 작업 후 엔무브와 합병 유력

서울 서린동 SK 사옥. (사진제공=SK그룹)
서울 서린동 SK 사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SK이노베이션 장용호호(號)가 주력인 정유·화학부터 신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 배터리까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다음 행보에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당장은 조단위 적자에 시달리는 자회사 SK온 회생을 위한 자산 유동화에 집중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알짜배기 자회사 SK엔무브와의 합병을 통한 재무안정화가 예상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광양·여주·하남·위례 4개 민간 발전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자산 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LNG 자산 유동화 거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증권을 선정했다고 통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유동화로 총 4조~5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SK이노베이션 에너지 부문 E&S는 충남 보령 LNG터미널 보유 지분 유동화도 추진 중이다.

보령 LNG터미널은 SK E&S와 GS에너지가 지분을 50%씩 보유한 합작사다. SK E&S가 보유 지분 50%를 유동화하면 최소 5000억원에서 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오는 8월 초 예비입찰 공고를 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며 "용처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동화된 자금이 주로 SK온 재무 개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사진제공=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사진제공=SK온)

SK그룹 리밸런싱의 태풍의 눈이자,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SK온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3조4659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 전체 순차입금이 32조853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K온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온의 연결 자산총계는 50조4341억원이다. 순차입금은 전체 자산의 46.5%에 달하는데, 이는 자기자본보다 차입금에 의존한 성장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변동이나 시장 상황 악화 시 재무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구조"라며 "차입금이 급증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비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SK온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60%에서 올해 1분기 251%로 높아졌다. 재무건전성 우려 마지노선인 200%를 초과한 것이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이 부채비율이 100%도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SK온은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SK온의 영업손실은 2024년 한 해 기준으로 8541억원, 당기순손실은 9845억원이다.

다시 말해 SK온의 처리 여부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서 나아가 SK그룹 전체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업계에서는 크게 SK온의 다음 재무 개선 시나리오로 ▲상장(IPO) ▲매각 ▲타계열사와의 합병 세 가지를 점치고 있다.

우선 IPO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비슷한 사업구조를 지닌 계열사들의 중복(쪼개기) 상장을 허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부 감시가 없다고 해도 적자 행진 중인 SK온의 재무구조상 선뜻 주식을 매입할 투자자는 없어 보인다.

앞서 SK온은 지난 2022년부터 프리IPO를 통해 투자받은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오는 2026년까지 IPO를 추진해야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기한 내 IPO가 어렵거나 목표 기업가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FI들이 보유 지분을 SK이노베이션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건을 갖고 있다. 이때 예상 손실만 해도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유동화도 이를 대비한 성격이 강하다.

열악한 SK온의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매각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SK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다만 SK온은 완전매각 대신 고정비와 대규모 차입금 부담 완화 차원에서 유휴자산 매각을 논의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일부 생산시설을 통째로 팔거나, 공장동 등 일부 시설을 떼어내 매각하는 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현재로서 SK이노베이션의 다음 재무 개선 행보로 가장 유력한 것은 SK온과 SK엔무브와의 합병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말 M&A 전문가인 장용호 총괄사장 주도로 윤활기유 생산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100%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구상 중이었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쪼개기 상장이 어렵게 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SK엔무브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인 만큼, SK온과 합병하면 재무 및 그룹 리밸런싱 차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SK엔무브와 SK온과의 합병설은 지난해에도 나왔는데, 당시 SK엔무브 2대 주주였던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엔무브 주주가치 하락을 우려해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SK이노베이션이 엔무브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합병이 가능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온은 과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합병해 원재료 조달 역량 및 재무 건전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은 자산 유동화 및 부분 매각 등을 유지하되, 결국 SK엔무브 등을 비롯한 타 계열사 합병을 통해 재무 건전성과 사업 효율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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