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7.15 15:09

한투운용, 17일 5개 상품 보수 인하…금현물 ETF 포함 
심사 절차 강화에도 '속전속결' 통과…"제도 마련 시급"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 5월 13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ACE 미국배당퀄리티 투자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 5월 13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ACE 미국배당퀄리티 투자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최근 잠잠하던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다시금 불이 붙었다. 점유율 상위 운용사 중 유일하게 보수 인하에 선을 그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공식 참전하면서다. 

15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오는 17일부터 'ACE KRX금현물 ETF'와 미국 대표지수 상품인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200 ▲ACE 200TR 등 총 5개 상품에 대한 보수 인하를 결정했다. 

먼저 한투운용은 ACE KRX금현물 ETF의 수수료를 기존 0.5%에서 0.19%로 낮춘다. 이밖에 ACE 미국S&P500는 기존 0.07%에서 0.0047%로, ACE 미국나스닥100 ETF는 0.07%에서 0.0062%로 각각 보수를 하향 조정한다. 

5개 상품 중 가장 눈에 띄는 ETF는 단연 금현물 ETF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4일 한투운용과 동일하게 KRX금시장에 투자하는 'TIGER KRX금현물 ETF'를 신규 상장했다. 사실상 경쟁사의 '쌍둥이' ETF 출시 소식에 한투운용 역시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골드바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방어전에 나섰으나, 효과는 신통치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KRX금현물 ETF가 상장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은 총 270억원이다. 이는 같은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37억원)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그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업계 점유율 1·2·3위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앞다퉈 대표 지수 ETF 보수 전쟁에 나설때 한 발짝 물러서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인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했다. 이에 삼성운용도 'KODEX 미국 S&P500 ETF'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의 수수료를 0.0099%에서 0.0062%로 다시 한번 낮추며 맞불을 놨다.

업계 점유율 3위 자리를 한국투자신탁운용에게 내준 KB자산운용도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RISE ETF' 3종의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리며 수수료 경쟁에 참전했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만큼은 보수보다 상품 퀄리티의 가치를 내세우며 보수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배재규 대표 역시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오는 17일부터 'ACE KRX금현물 ETF'와 미국 대표지수 상품인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200, ACE 200TR 총 5개 상품에 대한 보수를 인하한다. (출처=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오는 17일부터 'ACE KRX금현물 ETF'와 미국 대표지수 상품인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200, ACE 200TR 총 5개 상품에 대한 보수를 인하한다. (출처=한국투자신탁운용)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독점해온 금현물ETF 시장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뛰어들자,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추가적인 투자자 유출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자산운용에 또다시 ETF 점유율 3위 자리를 내 준 만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단 시각도 있다. 

올해 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B운용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업계 3위로 점프했으나, 지난 10일 기준 점유율(7.6%)은 KB운용(7.8%)에 근소하게 밀리며 다시 '넘버3' 자리를 내준 상태다. 

일각에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이 금융당국 체제 개편이라는 혼란 속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운용사 간 과도한 ETF 보수 인하에 대해 "여기서 깎고 저기서 올린다면 상당한 이해 충돌이 있기 때문에 실태를 점검한 후 검사나 제도 개선안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수수료 인하에 대한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한투운용의 이번 보수 인하 신청부터 승인까지 소요된 시간은 기존과 비슷한 일주일 정도만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 보면 제 살을 깎아먹는 식의 수수료 인하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동일 지수 추종 상품의 경우 다른 회사가 내리면 발맞춰 내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재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베끼기' 출시를 방지할 수 있는 거래소의 신상품 보호제도 역시 비중이 적은 상품을 조금만 다르게 담으면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다"며 "최근 200조원 시대를 맞은 ETF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관련한 여러 제도 마련이 시급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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