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7.29 12:00

권대영 부위원장 "상생 가능한 채무자 보호 제도 마련할 것"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29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채무자에 대한 채무상담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등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29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채무자에 대한 채무상담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등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개인 연체채권의 추심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회수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채무자 재기 지원과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29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 현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핵심은 회수 일변도의 기존 연체채권 관리 구조다. 금융권은 연체 발생 후 기한의 이익 상실, 압박성 추심, 상각 및 반복 매각, 소멸시효 연장 등으로 채무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특히 연체채권은 상각 처리 이후에도 회수 가능한 자산으로 간주돼 매입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가며 강도 높은 추심에 노출되곤 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실직이나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사유로 채무불이행에 빠진 이들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며 "채무자에 대한 채무 상환 압박은 채무자의 정상생활 복귀를 방해하고 결국 채권 회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 제도는 채무자와 채권자가 수평적 관계라는 전제에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법률지식과 자원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앞으로는 채무자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미국 사례를 들어 "원채권자에게도 채권 매각 이후 일정 수준의 고객 보호 책임이 남아 있다"며 우리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채권이 반복적으로 매각되며 점점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에게 추심 강도가 더 강해진다"고 진단했다.

신용회복위원회도 채무조정 채권이 대부업 등으로 매각되면서 신용점수가 하락하고 대출이 거절되는 등 채무자에게 금융거래 불이익이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동진 서울대 교수는 대법원의 최근 판례를 언급하며 "시효 완성 후 일부 변제를 이유로 채무자가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기존 법리는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멸시효 부활의 악용을 막기 위한 사법부의 첫 전환으로 해석된다.

박상춘 신한저축은행 감사위원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신속하게 소각하고, 금융회사의 채무조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재기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향후 간담회 결과와 해외 사례 분석을 토대로 소멸시효 남용, 반복 매각 관행 등 연체채권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채무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정한 법체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연체자 보호가 금융사의 회수율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방적 추심이 아닌 상생 기반의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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