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05 15:20
6일 오전 10시 소환 16개 의혹 조사…"추가 소환 가능성"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김건희 여사가 내일(6일) 특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헌정 사상 영부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최초로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에게 6일 오전 10시에 서울 종로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할 것을 통보한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김건희특검의 소환 요구에 두 차례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지난 1일 영장 집행을 거부한 바 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공개 소환을 피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던 만큼 6일 특검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영부인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배우자 이순자 여사는 2004년 남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조사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조사를 마친 뒤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관련 서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전직 영부인이 공개 소환을 통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김 여사가 최초다. 이에 김 여사가 출석 전 포토라인에서 자신의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직접 밝힐 지 주목된다.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 채명성, 최지우 변호사 등 3명이 입회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으로 16개 의혹이 명시돼 있다. 주요 사건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명태균 사건)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의혹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주가 인위적 조작 등으로 이득 취득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금 뇌물성 제공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개입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사법농단 연루자(임성근 등) 구명 로비 의혹 등도 포함됐다.
조사할 내용이 많은 만큼 이날 조사 이후에도 추가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여사 측은 "혐의별로 다른 날로 나눠 소환조사하고, 각 조사 사이에 최소 3~4일간의 휴식 일정을 보장하며, 오후 6시 전에는 조사를 종결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별도 협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에 따르면 6일 김 여사 조사는 면담 없이 곧바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사 순서는 비공개이나, 부장급 검사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김건희특검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특검은 지난 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 전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공범들과 함께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가장·통정 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 시세조종 행위를 벌인 사건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자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자금을 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17일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믿고 계좌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을 인지하거나 가담한 정황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서울고검은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한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건진법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구속됐다. 윤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전달하며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의혹를 받는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관련자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가 지난 1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됐다. 삼부토건 측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주최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석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전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에 갑자기 방문하게 된 경위 등을 묻기 위해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의 측근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토건 측과 결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포럼 개최 8일 전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2022년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주포인 이모 씨에게 김 여사나 VIP를 통해 집행유예를 받아주겠다며 80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이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명태균 씨를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명 씨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총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한 대가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힘써줬다는 것이 이른바 '공천개입 의혹'이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는데,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 씨가 렌터카 관련 회사(IMS모빌리티)를 설립하고, 대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을 부정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투자했던 기업가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다만 김예성 씨의 경우 해외로 출국해 특검이 신병확보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가 설립하고 오빠인 김진우 씨가 대표로 있는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한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 김 여사와 그 일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 소환 및 압수수색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