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8.21 08:58

금융권 공동협약 통해 금융지원
기업 재편 채권단 협의체 구성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글로벌 공급 과잉과 원가 경쟁력 약화로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을 불러 모아 '사업재편+금융지원' 투트랙 해법을 꺼낸 배경이다.

21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석유화학산업은 경제발전을 이끈 핵심 기간산업이지만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특히 "스웨덴 조선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치킨게임은 공멸을 부른다.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재편만이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1987년 파산하면서 당대 최대 코쿰스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됐고 2002년 철거된 사건으로 스웨덴 조선업 쇠퇴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현재 석유화학산업 역시 이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단 표현이다. 실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실은 상반기 기준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3771억원, HD현대케미칼 2886억원, SK지오센트릭 1708억원, 여천NCC 1567억원, 대한유화 145억원 등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때 대기업 집단의 캐시카우였던 석화사업이 이제는 계열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중동발 공급과잉과 국제 원유가격 변동성, 범용제품 중심의 취약한 수익구조가 겹치면서 국내 석화산업은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졌다. 과거 일본이 범용 중심 생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금융권 공동협약을 통한 금융지원 원칙도 논의됐다. 금융당국과 산업계는 다음 세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먼저 구조조정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대주주가 자기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다.

금융권은 기업의 재편 계획이 현실적인지 냉철히 평가하고, 타당성이 입증되면 지원에 나선다.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지원을 신청하면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해 기존 여신을 유지한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이 관찰자이자 심판자, 그리고 조력자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며 "지역경제·협력업체·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금융 지원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대규모 시설투자와 사업재편에 필요한 중장기 자금 지원을 검토한다. 동시에 시중은행 중심의 채권금융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자금과 기존 대출 유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신용평가는 '산업 현황과 이슈 점검' 자료를, BCG컨설팅은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재편 방향'을 발제하며 금융권에 투자심사 기준과 구조개편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번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향후 주력산업 구조조정의 모범규준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 등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선제적 구조조정 경험을 쌓겠다는 전략이다.

권 부위원장은 "이번 사업재편의 목적은 기업과 지역, 근로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계와 금융계가 함께 책임을 다해 위기를 극복한다면 '성공의 경험'이 한국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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