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8 17:00
지난해 총보수 인상률, 이동석 사장 40.9% vs 직원 평균 6.0%
전문가들 "불균형, 협상 걸림돌 될 수도…경영진 솔선수범 필요"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표이사와 직원 간 임금 인상률 격차가 최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지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관세와 환율 등 대외 리스크를 들어 '과도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의 급여(상여 제외)는 2022년 5억1300만원에서 2023년 6억6700만원, 지난해 11억1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0%, 67.3% 늘었다. 같은 기간 임단협을 통해 합의된 직원들의 기본급 인상률은 4%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총보수 기준으로도 격차는 두드러졌다.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2023년 1억1700만원, 2024년 1억2400만원으로 각각 11.4%, 6.0% 인상됐지만, 이동석 사장의 보수는 같은 기간 14억1900만원과 19억9900만원으로 53.6%, 40.9% 늘었다. 인상률 격차가 최대 7배까지 벌어진 셈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경영진 위주 인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사장은 2023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5년 연속 무파업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2년 초부터는 울산·아산·전주 등 현대차 국내 공장을 총괄하며 노조 교섭의 사측 대표를 맡아왔고, 같은 해 3월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돼 정의선 회장, 장재훈 사장과 함께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올해 임단협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7년 연속 무파업 기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직원 불만은 이미 표출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연구원이 "실적이 좋으면 내년에 반영한다고 하고, 안 좋으면 올해 반영한다고 말이 바뀐다"며 경영진을 향한 항의 메일을 보냈고,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불만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1억2400만원, 등기이사 평균 보수는 31억9600만원이다. 직원 임금은 이사의 3.9%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이 비율은 꾸준히 4% 안팎에 머물렀다. 즉, CEO급 연봉이 직원 평균의 약 2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성과급 갈등'을 넘어 노사 간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라면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게 공정성은 핵심 가치인데, 임원과 직원의 임금 인상률 격차가 지나치게 크면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관세 등 대외적 위기 속 내부 분열은 위험하다. 경영진이 10% 임금 반납이나 동결 같은 솔선수범의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임원 보상은 성과와 실적에 비례해야 하며, 상황이 나쁠 때는 인상 폭이 줄거나 동결되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노조 반발은 불가피하다"며 "협상 과정에서 이런 불균형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 26일 "현대차의 새로운 50년, 100년을 위해 다시 한번 노사가 대화와 협의, 지혜를 모아가야 할 때"라며 노조에 단체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전날 노사는 2주 만에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다. 그러나 노조는 다음 달부터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노사 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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