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9.03 17:38

3~4일 2시간·5일 4시간 확대…이후 총파업 전운 '고조'
전문가 "장기화 불가피"…전례 없는 합의점 모색 필요"

서울시 양재동 현대차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서울시 양재동 현대차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발 고율 관세,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대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격화되며 완성차업계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총파업으로 번질 경우 국내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각 조 2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조는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오후 조는 오후 10시 10분부터 4일 0시 10분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다.

4일에도 동일한 형태로 2시간씩 파업이 진행되며, 5일에는 4시간으로 투쟁 강도를 높인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현재 노사는 이번 주 중 교섭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비공개 실무 교섭 채널은 열려 있어 장기화 전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18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20차례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가 지난 2일 ▲월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400%+14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30주 지급 등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달 내놓은 1차 제시안 ▲월 기본급 8만7000원 인상▲성과급 350%+1000만원 ▲주식 10주 지급 보다 조건을 상향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900%로 인상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통과가 노조에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됐다"며 "정년 연장은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부품업계까지 확산할 경우 임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결국 임금 인상률을 높여 노조를 달래는 방식 외엔 마땅한 해법이 없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노조가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미국 생산 기지 확대로 국내 생산 쿼터 축소 우려가 있다"며 "결국 노사가 전례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한 주에 여러 차례 만나 이견을 조율해야 협상 장기화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아 노사도 지난 1일부터 실무 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과 함께 주 4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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