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4 17:11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공공임대의 낙인효과는 단순한 공급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학계 연구는 물리적 혼합·주거환경 질·공정한 배정이 핵심이라 말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리츠 기반 20년 이상 장기 민간임대를 허용하며 중산층 친화형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한국자산매입 산하 안심임대주택연구소가 AI PRISM 기반으로 '중산층도 선택하는 임대'의 가격·품질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반세기 쌓인 낙인효과
한국에서 '임대아파트=저소득층 전용'이라는 인식은 1970년대 이후 이어졌다. 저렴한 외관, 낮은 관리 품질, 도심 외곽의 격리된 입지는 사회적 낙인(stigma)을 강화했다.
한국도시연구원이 202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임대 단지 거주 경험이 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41%에 달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입주민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인근 분양 아파트 주민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나타났다.
학계는 오래 전부터 "단순한 물량 확대로는 낙인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LH가 2010년대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공급했지만, 입지와 관리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해법은 소셜믹스·주거환경 질
국토연구원과 서울대의 2023년 공동연구는 소셜믹스 단지를 분석해, 물리적 혼합만으로는 낙인이 줄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 환경(학교·상권), 단지 관리 품질, 커뮤니티 활성화가 함께 작동해야 임차인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낙인이 완화되는 경로가 확인됐다.
서울시 공공임대 패널 조사도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관리 품질이 높고 분양·임대 간 구분이 없는 단지에서는 낙인 경험 응답이 20% 이하였지만, 외관·시설 격차가 있는 단지는 오히려 갈등이 심화됐다.
◆정부, '중산층 친화형 임대' 전환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자 정부가 정책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신유형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해 리츠 등 법인이 100가구 이상을 20년 이상 장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단기·소규모 공공임대 대신 민간 자본과 장기 운영 구조를 결합해 임대 품질을 높이고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원도 패키지로 마련됐다. 세제 혜택, 택지 공급, 도시계획 완화, 정책금융 지원을 묶어 민간이 시장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에서 임대·분양 동·호 전체를 공개 추첨하는 원칙을 강화해 공정성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AI 지표로 실험 나서
민간에서는 한국자산매입이 선도적 실험에 나섰다. 이 회사는 '헷지했지 플랫폼'으로 분양 단계에서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해, 입주자가 시세 하락·자금 문제·생활 변화가 생길 경우 약정가에 되팔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확보된 자산은 REITs·SPC를 통해 매입돼 순수 월세형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을 설계·검증하는 조직이 안심임대주택연구소다. 연구소는 한국자산매입이 축적한 AI PRISM 데이터와 위험모형을 활용해 가격과 품질 지표를 투명하게 제시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임대의 낙인은 불투명성과 차별에서 비롯된다”며 “AI 기반 지표로 가격·위험을 투명화하고, 분양·임대 구분 없는 동등한 품질기준을 제시해 중산층도 선택할 수 있는임대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도 '낙인 없는 임대' 도전
해외 주요국에서도 '낙인 없는 임대'에 도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커뮤니티형 사회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동일 외관·동일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낙인 완화에 성공했다. 독일도 임차인 40% 이상이 장기임대에 거주하지만, '분양대비 동일 품질' 원칙을 철저히 지켜 낙인 문제가 크지 않다. 일본은 UR임대주택을 통해 중산층 대상 장기임대를 공급하며, 임차인 만족도 조사에서 70%이상이 '낙인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를 참조해 품질·공정성·투명성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하계의 제언이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 B교수는 "이제 임대는 저소득층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중산층도 기꺼이 선택하는 정상적 주거 옵션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운영 품질 관리, 가격 투명화, 사회적 혼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기반 임대료 산정과 매수청구권 같은 민간 혁신은 공공정책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며 "안심임대주택연구소 같은 민간 연구소의 데이터 공개는 시장 신뢰를 높이고 정책 설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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