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9.06 16:00

"한·미·일 관계…韓, 한반도 자체 방어 vs 美·日, 자위대 강화해 서태평양 공동방어"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사진제공=정춘일 부소장)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사진제공=정춘일 부소장)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북한·중국·러시아의 정상들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다. 

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북중러 3자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3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상징성만으로도 북·중·러의 밀월관계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북·중·러를 하나의 축으로 하고 한·미·일을 또 하나의 축으로 하는 신냉전기류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밀접한 북방 삼각 협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평가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한·미·일 협력 관계의 종속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부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상세한 분석을 내놨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북·중·러와 한·미·일의 신냉전기류가 형성되는 것이냐.

"북·중·러의 국가원수 3명이 만나니까 마치 북·중·러가 삼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결국 한·미·일도 이에 대응하면서 진영 간 신(新) 냉전이 본격화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미국은 러시아를 신(新) 냉전의 주력으로 삼고있지도 않고,  북한도 거기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하는듯이 미국이 굉장히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에게는 큰 위협은 아니라고 미국이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있다고 하지만, 그 능력이 미국에서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를 보면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몰입한 상태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오죽하면 북한에게까지 손을 벌렸겠느냐.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미국에 대항하는 데 어느 정도 활용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데, 이건 중국이 미국과의 대결구도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는 선에서 다독이는 정도의 의미일뿐 과거의 냉전구도와는 다르게 본다. 게다가 과거 냉전시대때도 사실 냉전은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었지 중국과 미국은 냉전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소련을 포위하는데 미국 쪽에 가세를 했었다."

-중국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동인(動因)이 사실 미국하고의 냉전보다는 사실은 중국의 북극항로 정책 때문이다. 북극항로 개척을 할 때 러시아의 도움 내지는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극 항로가 러시아 연안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상당히 깊은 협력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중국이 북극 정책 백서를 발표했는데 중국이 북극 정책을 하면서 이 북극항로 개척을 '일대일로'(중국이 서부 진출을 위해 제시한 국가급 정층 전략)의 '또 다른 축'으로 규정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는 밀접하고 북한에 대해선 먼 미래를 내다 보고 미리 손을 좀 써두는 측면이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미 연합 전력을 분산시키는 데 북한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북한을 껴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중국의 스탠스는 대충 이런 정도의 차원이지 타이트한 북방 삼각 협력 관계의 형성으로 보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중국의 스탠스와 한·미·일 협력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한·미·일 협력 관계의 종속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볼 수도 있다.

여하튼, 서태평양 전략의 양대 축은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미일 동맹의 현대화다. 한미 동맹의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려면 주한미군 전력의 일부가 서태평양 지역의 분쟁 지역에 갈 수 있어야 된다. 그러려면 한국이 한반도 방어를 믿음직하게 맡아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의 재래식 무기의 확충 및 사용범위를 늘려주는 방식을 통해 한반도 방어를 맡기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축은 주일미군이다. 미일 동맹 현대화의 요체는 일본 자위대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자위대는 거기에 맞춰서 이미 전력 증강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다. 방위력 정비 계획에 자위대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위한 전력들이 들어가 있고 군의 구조도 그렇게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나의 전역 구상이다. 미일 동맹은 지금처럼 일본에게 주일미군이 일방적인 안보 지원만 하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향후엔 서태평양 전략에서 연합 전력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22년에 국가 안보 전략 안전 보장 전략서 등을 통해 방위 전략을 바꿨다. 일본은 과거 일본 북부지역을 러시아로부터 방어한다는 체계에서 이제는 그 중심을 일본의 남서쪽인 서태평양으로 바꾼 것이다. 

-美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직접 수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이고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자다. 게다가 철저히 여론 동향에 따라서 운신하는 인물이다. 현재 미국이 각국과 관세협상을 맺었는데 이게 하나둘씩 불법으로 판정이 나오고 있는데다 미국민들이 이로 인한 물가고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어서 여론이 좋지않다.

트럼프의 경우 내년에 중간선거가 있는데 미국민들이 트럼프의 지금 정책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도 날이 갈수록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북한과의 관계를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확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에게 과거 하노이회담 때보다 더 진전된 뭔가를 얻어내려 할 것인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것을 손쉽게 내어줄 수도 없는데다가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무시하고 미국과 더 가깝게 다가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에 참여한 자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향후에는 친중국 노선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른바 '미국과 북한의 직거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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