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09.23 17:59

법원 "이윤 앞세운 결과, 예고된 인재"…박 대표·아들 나란히 중형

경기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경기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지난해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영진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예고된 인재'라고 규정했다.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뒤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박 대표는 이날 판결 직후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도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아리셀 임직원 4명은 징역·금고 1∼2년, 파견업체 2곳에는 각 벌금 3000만원,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원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명목상 대표가 아니라 실질적 경영총괄책임자"라며 경영진 책임을 무겁게 인정했다. 이어 “박순관은 아들에게 일상적 업무를 맡겼지만, 주요 현안은 보고받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며 “비상구·대피 통로 유지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번 화재는 예측 불가능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며 “생산과 이윤 극대화만을 앞세운 기업 경영이 노동자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낸 결과"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파견근로자 20명을 포함해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희생자 상당수는 입사 3∼8개월 된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리셀이 납품 일정을 맞추려 무리하게 생산을 가동하며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과 잠금장치를 설치해 대피가 어려웠던 정황도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박 본부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이 극심하고, 다수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가 무력화될 것"이라며 엄한 형을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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