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6 18:06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꿈틀'…"불필요한 제재 완화·소비자 유인책 세밀해야"
업계 전문가 "민간·공공 시너지 발휘 중요…국민·퇴직연금 신탁으로 확대해야"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국내 보험업계가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층 자산관리 수요의 증가를 고려, 신탁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 아래 과도한 규제와 신탁자에 대한 혜택이 적어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신탁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세미나를 '보험산업과 신탁'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을 비롯해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문재규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 박민선 손해보험협회 팀장 등 신탁업 부문 전문가들이 참석해 보험산업과 종합재산신탁업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종합재산신탁은 부동산, 금전채권, 유가증권 등의 다양한 자산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신탁을 말한다. 최근 금융업권은 재산 관리 역량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로의 효율적인 자산 분배 필요성이 부각되자 잇달아 신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객 자금을 예금으로 예치해 여·수신 기능이 가능한 은행업권에서는 이미 신탁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다만, 보험업권은 수익 구조상 재산 신탁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지급하는 신탁 수수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밥상은 차려졌으나 먹을 게 없다"…보험업계, 신탁업 진출 '주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활성화 방안을 도입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수령할 보험금을 신탁재산으로 활용하는 신탁으로서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이 결합된 형태다.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은 "생보업권에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소비자에게 지급돼야 할 보험금을 기반으로 신탁업에서도 보험사 고유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은 "보험사가 신탁업은 운용하면 해당 수익이 종합계정이 아니라 신탁업 고유계정으로 분리돼 재무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보험사의 신탁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팀장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포함한 보험업권의 신탁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상 규제 문턱을 낮추고 소득공제 등 소비자 유인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탁업 관련 자본시장법 규제 개선 필요…"신탁 규모·유형·혜택 늘려야"
현행 신탁업 규제는 자본시장법에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탁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식해 ▲상품 유형 ▲위탁 자산 규모 ▲재신탁 제한 등 불필요한 규제가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경우 사망보험금에 한해서만 신탁이 가능하고, 위탁 자산 규모도 최소 보험금 3000만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재신탁 제한' 역시 보험사의 고객 자산관리 부담을 가중한다. 예컨대 보험사에 부동산 재산을 신탁 자산으로 맡긴다면, 부동산 자산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효과적인 자산운용이 어렵다. 재신탁이 허용된다면 보험사는 다양한 유형의 수탁 자산을 타 업권과의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 팀장은 "자본시장법상 신탁의 '관리 목적'을 명시해 놓긴 했지만 명확한 규제 확립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9조에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의 수익자가 보험계약자 본인으로 설정돼 있는 등 모순적인 조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상 보험사 신탁 사업에 부과되는 제재에 대해 문재규 팀장 역시 우려를 드러냈다. 문 팀장은 "업권에서는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안 받겠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투자상품은 금융투자상품대로, 관리형 신탁은 해당 상품대로 규제를 세밀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와 함께 종합재산신탁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유인책 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유보형 증여신탁의 경우 신탁설정 이후 자산 증가액(기업가치 및 부동산 상승)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미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자금증여신탁 역시 세금 부담 없이 교육 자금을 증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확립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탁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직접적인 절세까진 아니어도 소득공제 또는 소득세 이연 방식 등을 고려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탁업, '연금수급권' 등 소비자 실물자산 유동화 '목표'…"민관합작 필요"
한편, 김 위원을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들은 부동산과 연금 등에 묶여있는 고령층의 다양한 유형의 실물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신탁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에 대한 '수급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다만 신탁 대상 자산을 넓히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계완 팀장은 "민간의 영역에서는 발생 수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익성이 불안정한 국민연금 신탁을 민간 영역에 맡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신탁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탁 사업에 있어 임의후견제도 등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고객 접근성이 저하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제도적·사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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