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9.27 17:4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여당의 강성 친명계(친이재명) 원내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약 493조5000억원)를 선불로 지불해야한다는 발언을 두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 의원들이 미국 정부에 적대적 태도를 공개 노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민주혁신회의는 27일 논평을 내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무도한 관세 협상으로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을 규탄했다.

이어 "미국이 안보 동맹국이자 경제동맹국인 한국을 마치 자신들의 속국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며 "단일대오로 한국 국민의 경제주권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 주장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 직접 투자 방식으로 이행한다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곧장 바닥을 드러내 국제통화기금(IMF)의 힘을 빌려야 하는 '제2의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일본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 통화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기준으로 4162억달러로 집계된다. 유가증권(국채·회사채 등)이 3662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치금과 금은 각각 250억달러, 48억달러 수준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의 조건이었던 대미투자 3500억달러에 대해 외신 인터뷰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방식으로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사실상 3500억달러 투자를 거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선불(up front)로 받는다"고 이 대통령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한편, 미국 정부에 대해 여권이 공개적으로 수위 높은 비난에 나서면서 한미동맹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특수 관계를 고려해 불만이 있더라도 물밑 협상을 고수했다.

과거 이승만 정부와 군사정부 시절에는 미국을 비판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여건이 존재하지 않았고,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도 한미동맹 기조가 굳건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미FTA에 대한 의견충돌이 강하게 분출됐으나 공개 비난은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사드(THAAD) 배치와 통상 분쟁 등 민감 현안을 두고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해 내부 조율에 주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코리아 패싱' 논란이 거셌지만 이 역시 공식 비난이 제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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