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1 15:30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데 누가 차를 살까요? 이제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지엠이 내년 2월 15일자로 전국 9곳의 직영 서비스센터를 전면 폐쇄하기로 하자,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시장을 장악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와 '가성비'를 이유로 GM을 선택했던 차주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한국지엠은 이번 직영 센터 폐쇄에 대해 "수익성 악화에 따른 사업 효율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효율화로 보기는 어렵다. 차량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유지보수 체계'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센터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누그러질 리 만무하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한국지엠 직영 센터는 고난도 정비와 부품 수급을 전담하며, 지역 전체 정비 물량의 70% 이상을 담당해 왔다. 이 때문에 협력 센터가 존재하더라도 부품 수급 지연이나 정비 품질 편차 등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불안은 신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고, 중고차 가치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부터 철수설에 시달려왔다. 국내 생산기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내수보다 수출 중심 전략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창원공장은 쉐보레 트랙스를, 부평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 GX·엔비스타 등 수출용 차량을 생산 중이다. 엔비스타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신차 품질 조사 1위를 차지한 뷰익 앙코르 GX는 국내에 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내수 시장에 소극적인 전략을 펼친 결과, 10월 기준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량(1194대)은 전체 완성차 시장(10만2364대)의 1.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KG모빌리티(3537대)와 르노코리아(381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량은 현대차(35만1753대)와 기아(26만3904대)에 이어 3위지만, 내수 비중은 3%에 그친다. 반면 KG모빌리티는 37.2%, 르노코리아는 52.9%로 내수 의존도가 높다. '3위 완성차'라는 타이틀은 실상 국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적다.
직영 센터 폐쇄 방침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한국지엠은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9곳의 정비소를 매각하고, 부평공장 유휴 부지와 저활용 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철수 수순'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노사는 이후 몇 달간 대립 끝에 추석 직전 임금협상에 합의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갈등은 다시 불붙었다. 노조는 "고용안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뒤집었다"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한국지엠은 내년부터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직영 정비망이 없는 제조사가 된다. 이미 현대차·기아가 내수 시장의 91%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서비스 공백은 소비자 이탈을 가속화하고 시장 독점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중견 3사인 르노코리아와 KGM이 여전히 전국 주요 도시에 직영 센터를 유지하며 고객 신뢰를 이어가고 있는 점과도 대조적이다. 르노코리아는 성수·수원·대구 등 7곳, KGM은 성남·용인·평촌 등 15곳의 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지엠은 이달 19일 캐딜락 대형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악재로 신차 홍보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신차 마케팅은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비 서비스는 협력업체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는 '가능성'이 아닌 '확신'에서 비롯된다. 말로만 철수설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 잔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 한국지엠에 필요한 건 '사업 효율화'가 아니라 '고객 신뢰의 복원'이다. 그 믿음을 저버린다면, 쉐보레의 배지는 더 이상 한국 도로 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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