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4 08:30
"美 고용 견조하지만…소비·경기 둔화 신호 더 뚜렷"
"신용·유동성·벤더 파이낸싱 등 AI 투자 변수 부상"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버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AI 기업 실적은 여전히 강하지만, 일반 경기 약화와 유동성 둔화, 신용 스프레드 확대 등 매크로 환경이 흔들리면서 투자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변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이 겪고 있는 AI 변동성은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매크로 조합의 균열에서 비롯된다"며 "향후 버블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미국 고용, 유동성, 신용 스프레드와 같은 핵심 신호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버블이 형성되는 조건에 대해 "신산업 성장 스토리에 대한 대중의 기대, 풍부한 유동성, 견조한 경기라는 세 축이 동시에 맞물릴 때 버블이 만들어졌다"며 "반대로 버블이 꺼질 때도 동일한 세 조건 중 일부가 약해지는 흐름이 선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사그라든 최근 흐름은 이 세 조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봤다. 특히 미국 고용지표는 여전히 강하지만, 소비·경기 관련 지표들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핵심으로 꼽았다.
미국의 주간 근로시간, 자발적 이직률, 신규 채용 비중 등 고용시장은 전반적으로 견조하지만, 제조업·물류·민간형 산업에서는 고용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반 경기 둔화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강 연구원은 "기존 저축을 활용한 소비는 이미 피크 구간에 접어들었고, 가격 인상 전에 소비를 앞당겼던 수요도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통업 환경이 부진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표"라고 짚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고, 이는 시장 전반의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 9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신규 고용은 증가했지만 일반 경기와 밀접한 산업에서는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향후 일반 경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유동성 증가세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신용 스프레드다. 현재 미국 기업들의 신용 스프레드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서 다소 반등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차입·소비 비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강 연구원은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AI 산업을 포함한 성장 섹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벤더 파이낸싱은 AI 기업 실적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업들의 실적이 우수해도 벤더 파이낸싱 구조가 과열되면 과거 닷컴버블 시기처럼 투자자들의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될 위험이 있다"며 "현재 시장은 AI 스토리에 대한 기대와 일반 경기 둔화 신호가 충돌하는 전환기이므로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연구원은 "최근 주가 흐름만으로 AI 산업의 향방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고용·유동성·신용 스프레드 등 핵심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현재 시장의 체력이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