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3.04 00:05

지자체에 유망기업 유치 권한 부여 시급…지역 기반 연합대학법인 통한 교육여건 개선 필요

지난 1월 13일 개최된 고양특례시 출범 선포식. (사진제공=고양시청)
지난 1월 13일 개최된 고양특례시 출범 선포식. (사진제공=고양시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이른 바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 9일 본투표가 진행되는 대통령선거에서 수도권 유권자 비중은 50.5%에 달한다. 주요 정당마다 광역급행철도(GTX) 설치 확대, 서울 주택 공급 증가 등 수도권 비대화를 재촉할 대형 공약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 이양을 통해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문재인 정부도 나름 지방살리기 정책을 추진했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정부는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지방 소멸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물론 수도권 집중화는 단숨에 풀릴 과제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새 정부 임기 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늦은 시점에서 더 미뤘다가는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과 주변도시에만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들이 넘쳐나게 되면 과연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이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나서야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얻어 자녀를 키우는 것이 더 편하고 더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임무다.

지방 살리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광의의 수도권 범위는 이미 확대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맞닿은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에서 이제는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까지 대중교통의 발달로 출퇴근과 등하교에서 수도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공화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 타파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를 시도했다. 그러나 '관습법'에 막혀 정부 부처만 내려가는 반쪽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공기업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일부 광역시에 있었던 도청이 각자 자신의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지방분권은 구색을 갖추기는 했다.

지방 소멸에 맞서 지역 당사자들은 연합과 연대를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인근 지자체끼리의 통합 시도가 계속되던 2010년 창원과 마산, 진해가 합쳐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이후 전주·완주, 순천·여수·광양, 청주·청원 등에서도 통합을 시도했다. 그 결과 청주·청원은 2014년 청주시로 통합에 성공했다.

올해는 특례시가 출범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중간 형태의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으로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가 해당된다. 고양시, 수원시, 용인시, 창원시 등 4개 지자체가 특례시로 인정받았다. 수도권이 3곳에 이르는 가운데 창원은 통합을 통해 체급을 키운 덕분에 특례시가 됐다. 특례시 지정은 대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자치권한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례시도 광역적 행정수요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월 27일 특례시의 특례사무를 추가 규정하고 특례시의 재정확보를 위한 계정을 새롭게 설치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경기 용인시를 제외한 3개 특례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을 정도로 특례시의 재정확대가 절실함에도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한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특례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광역적 행정 수요에 맞는 특례사무의 법제화와 권한의 이양, 안정적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료=네이버 캡처)
(자료=네이버 캡처)

2000년대 초반에는 사무 이양 등 지방분권에 집중했다면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적 권한과 기능을 이양하는 재정분권이 강조됐다. 국가 전체 세입을 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대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를 6대 4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당시 6대 4 달성을 선언했으나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정분권은 지방세의 과세자주권, 지출자율성, 재정에 대한 권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달성할 수 있다"며 "향후 재정분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조화되도록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를 줄이고 지방자치단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는 것이 지역주민의 행복 및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올리기 위해 2010년부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이후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등 재원을 일부 이전했다. 이를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까지 올랐지만 코로나19를 맞은 2020년 50.4%로 가까스로 50%대를 유지한 뒤 2021년에는 43.6%까지 폭락했다. 코로나가 재정분권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광역지자체로 보면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서울(75.6%), 세종(58.8%), 경기(57.3%), 인천(50.3%)을 제외하면 모두 50% 아래였다. 세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재정자립도 역시 수도권이 높다. 수도권에 대기업이나 첨단산업단지 등이 몰려 있는 결과를 반영한다.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만 지방의 재정자립도도 높아질 수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만한 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 첫걸음은 저렴한 부지 제공과 파격적인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다.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야권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젊은이들이 제대로 일할 직장이 없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며 "양질의 직장을 공급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방 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공기업 이전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지자체에 충분한 재정 권한을 줘서 민간기업 유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각 주가 경쟁하는 미국처럼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상북도시장군수협의회가 16일 제16차 정기회의에서 ‘포스코홀딩스’, ‘미래개발연구원’의 수도권 설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시)
경상북도시장군수협의회가 지난 16일 제16차 정기회의에서 포스코홀딩스, 미래개발연구원의 수도권 설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시)

정부도 지방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펴고 있으나 최근 포스코 논란만 봐도 여전히 기업들의 눈은 서울로 향한다. 포항의 향토기업 포스코는 올해 지주사 체재로 전환하면서 지주사를 서울에 두려고 했다. 포항 경제 위축 등을 우려한 지역의 반대에 부딪히자 포스코는 지주사만 서울로 가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당사자인 포항은 물론 경상북도 등 영남권이 한데 뭉쳐 지주사의 포항 이전을 요구했고 대선 후보들까지 반대하면서 일단 포스코는 지주사 본사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겠다며 항복했다. 다만 본사를 이전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다.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포스코마저 서울로 가고자 했다. 판교밸리 청년 비중은 42.6%인 반면 구미국가산단은 15.7%에 그치는 등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이 지방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올해 지방거점국립대학 중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대학교에선 정원이 미달된 학과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제2 도시의 최고 대학조차 신입생 추가 모집에 나서야 했다. 

안현호 대구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기본 철학은 대학서열화 완화였지만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이 제외된 전국 단위의 서열화 완화 정책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며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해 국립대를 네트워킹하고 사립대를 부분 공영화하자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었지만, 전략과 방법의 부재로 현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정책이 좌초되면서 대학개혁은 없는 채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대학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 기반의 연합대학법인을 통해 소속 대학의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교육과정을 개혁하고 지역-대학 혁신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의 대학이 지역과 연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정치와 지역경제, 지역대학이 결합해 지역대학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지역밀착형 대학이 되고 지역 내에서는 선발의 혁신을 통해 입시를 진학으로 진화시키면서 지역 내 공동교육 및 공동연구체제 확립으로 지역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만약 이러한 정책이 충분한 예산 지원과 함께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지역대학을 수도권 대학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해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혁신자로서의 대학의 위상이 정립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대학체제의 개편으로 대학은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포용·혁신 성장의 축으로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거점 대학·학과 집중 투자 등을 통한 지방대학 살리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교육이 일자리로 이어져 인재 유출 없이 지역경제 발전으로 고스란히 기여할 수 있는 체계가 이번 정부에서는 구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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