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2.26 00:10

산업 규제 완화로 기업 창의성·혁신성 살릴 때…숱한 난제 극복 '전문가 내각' 인선 절실
김우철 "재정적자 방치되면 5년 간 채무비율 20%p 상승…엄격한 통제시스템 구축 필요"

고양시 덕양구 화수공원 담벼락에 붙여진 선거벽보. (사진=허운연 기자)
고양시 덕양구 화수공원 담벼락에 선거벽보가 붙여져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날은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5월 10일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당선자 발표 직후부터 가동된다. 3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11일 앞두고 뉴스웍스가 '새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을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외에 산적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기획시리즈 형태로 제시한다.

새 정부가 어깨에 짊어진 최대 임무는 경제활성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국민이 바라는 차기정부 경제정책 과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46.7%의 응답자는 '경제 활성화'를 차기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일자리 창출, 기업규제 완화, 미래성장 동력 확충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해 주기를 바랐다.

새 정부가 맞닥뜨릴 경제상황은 문제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국내 경제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었던 세계경제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란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도 구소련 재건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국내 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2988.77로 시작하면서 3000선 재돌파를 기대했던 코스피는 오미크론 확산세와 글로벌 리스크 등 각종 악재로 인해 2600선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3%대의 고물가, 연말 2%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기준금리, 19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가계부채 등 새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한 상태다. 코로나 방역상황을 호전시켜야 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이 같은 악재 속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5년 뒤 우리 경제가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5년 이동 평균 기준으로 지난 1998년 5.9%였던 성장률은 2003년 5.0%, 2008년 4.3%, 2013년 3.1%, 2018년 2.1%로 지속 하락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발표한 '경제 성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5년 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할 지를 묻자 응답자(37명)의 49%는 1%대, 41%는 2%대로 예상했다. 8%는 0%대라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7%는 5년 뒤 우리 경제가 0~1%대 저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인적자본 투자 효율성 저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저출산·고령화 등을 성장하락 추세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저출산 문제는 당장 반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20년에는 27만2400명으로 3년 만에 30만명대로 무너졌고 지난해는 26만500명까지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4년째 0명대다. 저출산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만 해도 새로운 정부는 '긍정'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진입으로 인한 장기적 성장하락 추세 자체는 피할 수 없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문제"라며 "가장 직접적이면서 거시적인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이지만 이 자체도 경제활력이 낮아짐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제공=픽사베이)
(이미지제공=픽사베이)

과도한 정부 규제도 해결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에 대해 핵심 기술과 혁신역량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지만 강력한 제도적 규제가 기업의 혁신적인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과거의 선진국을 베끼는 쉬운 성장 전략은 통하지 않게 됐다"며 "이에 대한 대응을 기업들이 제대로 하기에는 우리의 경제 사회적 환경이 너무 적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대적 사회 분위기는 기업에 대한 규제로 구체화됐다"며 "규제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을 착취하는 집단이 생겨나 정치적 세력화하고 그들의 이해를 지속 추구한 결과 기업의 창의성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황인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규제 완화는 추가적 생산요소 투입 없이도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및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77.3%가 '외국에 비해 산업 규제의 강도가 더 강하다'고 답했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작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 넘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또 다른 노사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1.5%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총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민간기업 확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도 민간에서 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일자리가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49만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대 일자리가 23만3000개로 절반에 가까운 49.5%를 차지했다. 한창 일을 해야할 30대는 1만2000개 줄었다.

지난해 취업자 수도 전년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36만7000명 늘었지만 30대는 10만7000명, 40대는 3만5000명 각각 감소했다. 60세 이상은 33만명 늘었다. 이처럼 최근 일자리 회복은 공공부문이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회복기인 만큼 공공에서 민간으로의 일자리 창출 전환이 필요하다.

국회에 제출한 지 10년이 넘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입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의 60%,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신기술 활용 및 다양한 서비스 간 융합을 통한 혁신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에서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국제사회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져 특정 업종별로 회복 불가능한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입법을 지속 요청 중이다. 새 정부는 빨리 결론을 내야한다. 

(이미지제공=픽사베이)
(이미지제공=픽사베이)

GDP 대비 50%가 넘은 국가채무 관리도 시급하다. 전례없는 1월 16조9000억원의 추경안 편성으로 연말 국가채무는 본예산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한 1075조7000억원(GDP 대비 50.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후보들이 추가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2차 추경이 편성되면 국가채무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팽창한 재정지출과 수지불균형 만성화에 따른 재정적자가 방치되면 다음 5년 동안 채무비율은 약 20%포인트 상승해 그동안 비축한 재정여력이 급속히 소진되면서 건전재정의 기반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처럼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엄격한 재정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년 사이 급증한 가계부채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동안 가계신용은 약 474조2000억원 늘었다. 2017년 2분기 말 1389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가계빚은 2021년 말 1862조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0년 주민등록인구 5183만명을 대입하면 1인당 916만원 가량 빚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2020년 125조8000억원, 2021년 134조1000억원 등 2년 동안 무려 25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부동산·주식에 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계대출 부실에 더해 그간 빚내서 버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미지제공=픽사베이)
(이미지제공=픽사베이)

금리 상승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상 시기를 맞으면서 시중금리가 뛰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고 금리는 조만간 6%를 넘어 연말에는 7%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최대 2%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오르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연말 1.75~2.0%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합리적"이라며 시장 전망에 힘을 보탰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이 새로이 등장한 가운데 물가 대응이라는 긴축 명분은 강화되고 있다"며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빠르면 5월로 전망했다.

물가 대응도 시급하다. 한은은 지난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로 내다봤다. 10년 만에 3%대로 제시했다. 석 달 전인 지난해 11월 예상보다 무려 1.1%포인트 상향했다. 당분간 고물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중반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에서 높게 유지될 수 있다"며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3.1%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후 추가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 인상을 막기 위해 외식 및 가공식품 가격 인상 자제를 지속 요청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일 것은 자명하다. 물가 상승은 서민에게 괴로움을 주고 이는 당연히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출범 초기 물가 관리에 전력 매진해야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새정부가 이 같은 각종 악재를 뚫고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하려면 출범 초기부터 확실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30번에 가까운 대책을 냈지만 결과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아마추어라는 평가만 받았다. 새 정부도 초기부터 실수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근시안적인 대책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이룰 수 없다. 신임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탠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은 구태의 반복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내각 구성과 청와대 참모 인선이 절실하다. 떨어진 대선 후보의 공약이라도 좋은 것이 있다면 적극 포용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새 정부가 '경제 회복'의 돛을 올리고 희망찬 출항에 나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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