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7 11:32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대신증권이 내년 상반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목표로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종투사를 시작으로 과거 5대 증권사로 불렸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임원진 경영회의에서 내년 상반기 중 종투사를 신청한다는 경영목표를 공식 설정했다.
대신증권이 종투사로 전환되면 국내 증권사 중 10번째 종투사가 된다. 종투사로 전환되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업무와 기업 신용공여 등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까지 늘어난다.
종투사가 되려면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261억원으로, 종투사 진입 요건에 1조원가량 부족하다.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확보를 위해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매각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일반 환전업무 등 당국의 규제 완화도 종투사 위주로 이루어지는 등 종투사 인가를 받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종투사 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종투사 인가를 시작으로 과거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대신증권은 한국 자본시장과 함께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신증권은 1991년 업계 최초로 인수합병(M&A) 주선 업무 겸영인가를 얻으며, 1990년대 수많은 인수 주선 딜을 성공시키며 '인수 대신'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시초인 '사이보스'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누적 사이버 거래액 1000조원을 최초로 돌파하는 등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도 이끌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신증권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우·동서·쌍용·LG증권과 함께 5대 증권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우수 IB 인력들이 빠져나갔고, 저가 수수료로 무장한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주식 중개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중개업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본의 크기가 증권사 경쟁력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지주를 등에 업고 자기자본을 빠르게 확충했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비즈니스 영역이 결정됐고, 자본 크기가 신규 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됐다. 대신증권은 증권을 모태로 성장한 독립계 증권사였기 때문에 경쟁에서 자연스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신증권은 자본을 바탕으로 대형화 바람 속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증권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금융기관을 인수하고, 새롭게 인가를 받아 신규 비즈니스에 진출했다.
2011년 저축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해 대신에프앤아이를 출범시켰다. 주력사업인 부실채권(NPL) 비즈니스는 물론 부동산 등 대체투자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용산구에 위치한 '나이원한남' 개발 사업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증권업계 내 위치는 10대 증권사에 겨우 포함된 수준이다. 자기자본도 업계 9위인 키움증권과 2조원 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5년 1조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을 올해 4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대신증권은 같은 기간 4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기조를 바꿔 공격적으로 자기자본을 늘릴 계획이다. 사옥 매각과 함께 계열사 배당과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부동산 재평가 등의 방법으로 연내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단기적으로 종투사 자격 획득이 가장 큰 목표"라며 "다만 단기 신용이자율 무료를 통한 고객 확보와 채권 판매 강화 등 리테일 영역에서의 경쟁력은 꾸준히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