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20 05:55
청년미래센터, 코디네이터 1명당 무려 16명 관리…실효성 의문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은둔형 외톨이는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 발견된다. 양국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급락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취업난에 직면한 시기에 등장했다. '은둔'에 들어가더라도 의식주가 부모 또는 공공서비스 지원으로 해결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유교문화와 집단주의문화가 잔존한 양국은 연령 단계별 과제 수행 성공 여부로 구성원의 가치를 예단하고 삶의 다양성을 덜 존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반해 미국, 캐나다, 서부 유럽은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고립은둔 상태를 이어간다.
◆핵가족화·온라인 활동 속 공동체 결속 '와해'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업 중단이나 인터넷게임 과도 의존, 미취업 장기화 등으로 집에만 머무는 사람이 처음 알려졌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2000년 은둔형 외톨이가 한국에도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2005년 여인중 정신과 의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존재를 보고했다.
고립은둔자가 알려진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정부는 명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 광주광역시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2019년 10월 처음 시행했고 경기 화성시도 2023년 7월 은둔·고립형 가구 지원 조례를 시행했다.
지난 18일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은둔형 청소년, 은둔·고립형 가구 지원, 고립·은둔청년 지원 조례 포함)를 제정한 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해당 조례를 제정한 곳은 39곳에 불과했다. 관련 법률이 없어 사는 곳에 따라 서비스 이용 격차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은톨이가 급증한 배경을 달라진 양육 형태로 인해 약해진 정서조절 능력과 체계적으로 갖춰진 은둔 여건에서 찾았다.
오 연구위원은 2023년 12월 발표한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을 통해 "다수의 은톨이 부모는 공통적으로 아이가 출생한 직후 노동활동에 참여해 직접 돌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980년대부터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면서 생후 6개월에서 3년 사이에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원만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가족이 한 방이나 거실에서 함께 지내다가 핵가족화하면서 각자 방에서 온라인 활동을 하고 배달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게 됐다"며 "소속 구성원의 삶에 온정적으로 개입했던 다양한 공동체도 사생활 보장과 인권 부상 흐름으로 결속이 느슨해지고 대부분 와해됐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은톨이 지원센터 전달체계 구축해야
정부는 올해부터 4개 시·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설립, '원스톱 통합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청년미래센터는 은톨이를 위해 온라인커뮤니티, 방문, 전화·문자 상담, 심리상담 등을 통한 사회관계 도움, 수면 및 위생관리 등과 같은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선 시범사업이라는 한계가 명확한데다 전문 인력부터 부족하다. 기본 인력을 보면 코디네이터는 센터당 8명, 가족돌봄청년 담당은 6명이다. 코디네이터 1명당 은톨이를 무려 16명, 가족돌봄청년을 100명 관리해야 할 판이다. 인력을 늘리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
장기간 은톨이를 상담해온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스스로 또는 가족 등의 요청으로 상담을 받은 은톨이 10명 중 3명 가량 사회에 복귀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대다수 국민들이 은톨이 발생과 치유는 사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데 동의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관련 법안을 만들거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 공공과 민간의 연결망 구성 및 파트너십 강화, 고립을 촉진하고 유발하는 사회문화적 규범 개선 등이 요구된다. 지역사회복지 대상자 발굴을 위한 활동 경험과 다양한 네크워크를 갖춘 사회복지관의 역할 증대도 필요하다.
일본은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거점을 67개 마련했다. 생활자립지원제도 시행을 위해 전국 905개의 자치현에 복지사무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우리도 전국에 걸쳐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와 같은 전달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지원 종사자 인력 양성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영역 간 네트워크를 구축, 협업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과제다.

◆"빈곤층 은톨이에 공적 재정 더 집중돼야"
은톨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향후 공공전달체계가 확장되겠지만 혜택은 성과를 내기 쉬운 집단에 몰릴 우려가 높다. 치유하기 어려운 사례는 깊숙이 숨겨지거나 민간영역에 떠넘겨질 수 있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일본은 사회적 기업이 주요 전달체계를 구성하며 공공재정이 부담 능력이 없는 계층의 서비스 요금을 부담한다"며 "민관의 확실한 역할 분담 속에서 관이 민을 지원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계층이나 위기가정 자녀에게서 은톨이가 더 많이 발생한다"며 "발견이 더 어렵고 교육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빈곤층 은톨이에 공적 재정이 더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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